[황장엽 편지]野-北전문가 의혹제기,진위 논란

  • 입력 1997년 2월 13일 20시 34분


[김기만·정용관 기자] 북한최고인민회의외교위원장 黃長燁(황장엽)이 귀순전(지난 1월2일)에 작성, 한국의 한 기업인에게 전했다는 서신내용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물론 북한문제 전문가들까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회의는 13일 鄭東泳(정동영)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황의 서신문제를 포함, 「10대 의혹」을 공식 제기했고 자민련도 논평에서 여러가지 의문점을 거론하면서 황의 망명에 안기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한마디로 『서신의 문체와 내용이 상당히 어설프다』는 게 국민회의측 검토결론이다. 우선 국민회의측은 편지의 문체가 황의 평소 문건에서 나타난 문장배열 스타일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복지사회」「여당」「대북정책」등 북한에서 사용하지 않는 말이 등장하는 것도 국민회의측이 제기하는 의문점이다. 국민회의측은 이밖에도 황의 서신내용중 『군대와 안기부를 강화해야 하며 강력한 여당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기부법과 노동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좋은 일이다』는 등 안기부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자민련의 安澤秀(안택수)대변인도 논평에서 『황장엽이 망명 40일전 북한체제하에서 그런 내용의 편지를 쓸 수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기부장 특보를 지낸 李東馥(이동복)의원은 『정부가 국민교육에 사용하는 용어인 「북의 공격에 잿더미」 「사상누각에 불과」 「마수에 대한 경각심」 「군국주의」등의 표현을 쓴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전문가들도 한결같이 『주체철학의 대부가 쓴 편지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고 지적했다. 통일원의 한 고위당국자는 『나도 서신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서신이 특정언론사에 흘러들어갔다면 보안유지를 자신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어디에선가 신문사에 서신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한 북한전문가는 『황장엽이 과거 한자를 섞어쓰던 것에 비해 서신이 한글전용인 점이라는 게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안기부 고위관계자는 『서신에 대한 의문제기가 있는 것을 알지만 안기부가 언론사에 제공한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우리가 그런 일을 해서 무슨 덕을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