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의혹]野 『대선好材』 장기전 채비

  • 입력 1997년 1월 27일 20시 35분


[崔永默 기자] 국민회의의 金大中(김대중)총재와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가 27일 오전 공동기자회견에서 「원내복귀」를 전격 선언할 때까지 양당 관계자들은 만 하룻동안 긴박하게 움직였다. 야권의 입장이 급선회하기 시작한 것은 26일 오후부터다. 지난 25일 청주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강력히 공격했던 김대중총재는 이날 오후 김종필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한보사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임시국회소집과 국정조사권발동 등의 원칙에 쉽게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의 趙世衡(조세형)총재대행과 자민련의 金龍煥(김용환)사무총장은 밤9시 서울 시내 호텔에서 회동, 기자회견문의 골격을 잡았고 양당 실무자들은 27일 새벽까지 회견문작성작업을 벌였다. 야권의 원내복귀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지난 21일 영수회담후 사실상 원내투쟁 쪽으로 정국대응기조를 설정한 양당은 27일의 각계원로면담과 28일의 합동의총을 입장선회의 수순으로 잡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당초 예상보다 시기가 다소 앞당겨진 것은 물론 한보사태 때문이다. 이 문제가 지닌 폭발성이 예사롭지 않은데다 26일을 전후해 여권이 『야권공세에 정면대응하겠다』며 강공책으로 나오자 두 김총재가 결심을 앞당겼다는 게 양당내의 지배적 시각이다. 이처럼 태도를 바꾼 두 김총재의 「심중(心中)」은 몇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공동기자회견문(책임있는 야당으로서 주도적으로 난국을 수습, 국민을 안심시켜 나가는데 전력을 다하겠다)에서도 드러났듯이 「정권대체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꼽을 수 있다. 또한가지 결심 배경에는 날치기 파동에다 한보사태까지 겹쳐 양비론적 비판론에 직면, 줄타기를 하면서 장외투쟁을 벌이는 것보다 국회에서 대여(對與) 전면전을 벌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상황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아무튼 두 김총재는 한보사건을 대통령선거로까지 끌고갈 수 있는 「호재(好材)」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야권은 장외투쟁 못지않은 강도로 원내 공세를 벌이면서 지구전(持久戰)을 펼치겠다는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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