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내륙 첫 기지 건설” K-루트 뚫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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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2곳 이어… 내륙은 세계 6번째
1512km 46일 개척… “2032년 완공”
내륙은 연평균 영하 60도 극한 환경
150만 년 전 기후변화도 연구 가능

K-루트는 남극 대륙 해안에 위치한 ‘장보고과학기지’를 기점으로 연구, 보급 등을 위해 내륙까지 개척한 육상 루트를 말한다. 극지연구소 제공
K-루트는 남극 대륙 해안에 위치한 ‘장보고과학기지’를 기점으로 연구, 보급 등을 위해 내륙까지 개척한 육상 루트를 말한다. 극지연구소 제공
국내 연구진이 남극 해안에서 내륙으로 향하는 1512km의 육상 루트를 개척했다. 개척한 육상 루트 끝에 세계 6번째 ‘남극 내륙기지’를 2032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극지연구소 ‘K-루트 탐사대’가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최종 목적지인 남극 내륙기지 후보지에 도착했다. 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 ‘K-루트 탐사대’가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최종 목적지인 남극 내륙기지 후보지에 도착했다. 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는 ‘K-루트 탐사대’가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남극 내륙기지 후보지에 도착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16일 남극 대륙 해안에 위치한 ‘장보고과학기지’를 출발한 지 46일 만이다. K-루트는 한국이 남극 내륙에서 연구, 보급 활동 등을 위해 개척하는 육상 루트를 말한다. 남극 내륙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선 육상 루트 확보는 필수적이다. 비행기를 통한 항공 보급은 기상의 변수가 크고 비용도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남극 해안에 세종과학기지, 장보고과학기지를 건설해 운영 중이다. 내륙은 해안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해안에서 할 수 없었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내륙은 해안보다 빙하가 두꺼워 빙하가 담고 있는 이산화탄소 등 ‘과거의 공기’를 탐구할 수 있다. 이강현 극지연구소 미답지연구단장은 “해안 빙하 깊이는 수백 m에서 1km가량에 불과하지만, 내륙은 3.5km에 달한다”며 “이를 통해 100∼150만 년 전의 기후 변화 기록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평균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에 불과한 남극 해안과 달리 내륙은 연평균 기온이 영하 60도에 달해 우주탐사 등 극한 환경에 대비한 실증연구를 할 수도 있다. 현재 남극 내륙기지는 미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이탈리아(공동), 중국이 건설한 5곳에 불과하다.

탐사대는 기지로 복귀하면서 270km의 신규 루트를 추가로 개척할 예정인데, 다른 연구 목적으로 앞서 개척한 과학 루트 433km까지 더하면 한국이 남극에서 확보한 육상 루트는 2200km에 이르게 된다. 장보고기지에서 남극점까지 직선 거리는 1710km다.

실제 남극 내륙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환경 영향 평가 등을 진행해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연구 거점을 선점, 남극 연구 선진국들과 경쟁하고 극지연구 역량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남극 내륙#기지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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