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눈물과 희망으로 쓴 소록도 100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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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록도병원 100년사 발간
강제노역-집단학살 등 아픔과 함께 삶의 주체로 활동하는 모습 담아

한센인의 100년 역사와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발간됐다.

2016년 개원 100주년을 맞은 국립소록도병원은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한 ‘소록도 100년, 한센병 그리고 사람, 백년의 성찰’(100년사·사진)을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100년사는 역사편과 의료편 등 두 권으로 구성됐고 별도 사진집도 있다.

일반적인 기관사는 성과와 발전상을 홍보하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100년사는 과거에 대한 성찰과 반성까지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역사편에서는 1945년 발생한 한센인 84명 학살 사건에 대해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병원 직원들에 의한 집단 학살’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기술했다. 일본인이 직접 채찍질을 하면서 한센병 환자들을 병원 본관 주위 중앙공원 조성 공사에 동원한 내용과 이를 찍은 사진도 담았다. 의료편은 국제 한센병 정책의 흐름, 병원 운영 및 관리 주체와 제도의 변화, 치료약 발전 과정 등을 서술했다.

사진집은 한센인들이 병고와 가난 속에서도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밴드부 활동, 운동회 격파 시범, 결혼식과 회갑연 등 교육과 자치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00년사 집필에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실태 조사, 일제하 강제격리 피해 소송, 한센인 피해 사건 조사 보고, 국립소록도병원 구술 사료집 및 역사자료집 발간 등에 관여한 한센병 역사 연구가들이 참여했다. 박형철 소록도병원장은 “소록도의 가치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가 인권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국립소록도병원은 ‘소록도 자혜의원’으로 설립돼 소록도 갱생원, 국립나병원 등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11명이 입원해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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