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복원 통해 남북평화 기대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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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리 국제두루미재단 명예이사장
“北 월동지 복원 안변프로젝트… 한반도 위기에 중단돼 안타까워… 재개 희망 안버려… 다시 올 것”

“좋은 친구 혹은 친척을 잃은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중단’에 초점을 두고 싶진 않습니다.”

홀 힐리 국제두루미재단(ICF) 명예이사장(76·사진)은 북한의 두루미 월동지 복원 사업인 ‘안변프로젝트’가 실시됐던 강원 원산 근처의 안변평야가 그립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방북도 어느덧 6년 전 일이 됐다. 비무장지대(DMZ) 생태 관련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 중인 그는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안보 위기로 다양한 환경교류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지만 상호 신뢰 구축으로 이어지는 ‘교감의 힘’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힐리 명예이사장은 지난해 8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렸던 재두루미 보호 논의를 위한 학회에서 정치적 현실을 뛰어넘는 교감의 힘이 여전히 유효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학회에 참석한 대표들은 남북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사람들이었지만 정치 문제는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모인 목적은 단 한 가지, 두루미 보호였고 이를 통해 상호 간 신뢰와 친분을 쌓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ICF는 안변프로젝트를 재작년 중단했고 몽골 학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던 북한 내 다른 지역의 두루미 월동지 보호 사업도 미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손을 뗐다.

“이해하지만 안타까운 일”이라는 아쉬움이 숨겨지지 않았다. 지난해 몽골에서 열린 학회에서의 조율을 통해 시작된 간접 협업은 사실상 시작하자마자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두루미 보호와 한반도 평화 기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이 재개된다면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싶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중단된 경원선 복원 사업이 재개될 경우 철원지역의 두루미 월동지 보호 문제가 대두될 것이란 관측엔 “얼마든 자문 역할을 할 의향이 있다”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미래에 두루미 보호 사업을 (북한에서) 재개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은 물론 여전히 갖고 있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두루미가 평화의 대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힐리 명예이사장은 “물론 두루미만으로 통일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라며 비정치적 교류가 갖는 한계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의 바람은 지극히 소박하고도 현실적이었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것이 내가 희망하는 것입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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