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법과 제도의 지원이 부족했습니다. 어떤 피해자들은 성폭행범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정도였죠. 그때 만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저를 지금 이 자리까지 이끌었습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사진)은 1991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창립 멤버로, 여성 인권 보호에 앞장서 온 대표적 인물이다. 이 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주는 ‘2017년 삼성행복대상’에서 여성선도상을 27일 수상했다. 삼성행복대상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상이다.
이 소장은 성폭력 문제에 대한 논의가 탁상공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느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차리게 됐다.
1991년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강의를 하고 있던 이 소장은 “한국 사회에 단 한 군데도 없는 성폭력상담소를 직접 만들어서 피해자들의 피해를 상담해주고, 성폭력 관련 정책 제언 및 모니터링을 직접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문을 연 1991년만 해도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부실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살해하는 사건이 1991년과 1992년 연이어 발생했다. 1992년 의붓아버지로부터 13년간 성폭행을 당해 온 피해자가 남자친구와 함께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의 피해자는 이 소장이 직접 도왔다. 이 소장은 “상담소를 찾아온 피해자를 위해 56개 단체에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무료 변호인단을 지원했다. 당시 여러 단체의 힘이 모아져 1994년에 성폭력특별법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26일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 방지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정부는 몰카 촬영 및 유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몰카 판매자 처벌도 강화한다. 이 소장은 법과 제도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이 소장은 “기술이 발전되면 앞으로 몰카보다 더한 기법이 나올 수 있다. 사후약방문식 처리가 아니라, 몰카에 대한 심각성을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인권 교육 등 사전 예방 방안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행복대상의 여성창조상은 문정희 시인(70), 가족화목상은 김춘자 씨(63), 청소년상은 강희준(17) 정민섭 군(19)과 박소현(18) 박지은(13) 정진우 양(15) 등 5명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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