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의 ‘창의적 공여’ 유엔서도 주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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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에 다시 문 연 유니세프 서울사무소 김수현 소장
직속사무소 설치는 세계서 단 3곳… ‘혁신적 펀딩’ 한국의 위상 높아져

“전 세계에서 유니세프 본부 직속 사무소가 배치된 도시는 벨기에 브뤼셀과 일본 도쿄(東京), 그리고 서울 단 3곳뿐입니다. 그만큼 유엔 내에서 공여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죠.”

1993년 문을 닫았던 유니세프 서울사무소가 지난달 11일 다시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한국 아동을 돕기 위한 업무를 했지만 이제는 위상이 180도 바뀌었다. 새로 문을 연 서울사무소는 해외 아동을 도와주기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 한국은 193개 재정기여국 중 12위 수준의 원조를 하고 있다.

개소 한 달을 채워가는 즈음, 초대 소장인 김수현 소장(사진)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는 원조의 양도 크게 늘었지만 원조를 하는 방식도 다른 나라에서 선례가 없던 방식을 창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유니세프가 서울사무소를 차린 이유는 그 ‘창의적인 공여 방식’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로 모인 기부금 등 공여 재원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가 있어요.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이 주로 참여하는데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가진 기술과 혁신 인프라의 능력을 유니세프에서 인정한 것이죠.”

유니세프가 김 소장에게 준 임무도 이 같은 ‘혁신적 펀딩’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논의하라는 것이다. 2000년 22세의 나이로 외무고시에 합격해 10년간 외교부에서 근무하다 2010년 유엔으로 자리를 옮긴 김 소장은 이 업무의 최적임자로 꼽혔다. 그는 외교부 근무 때도 많은 외교관이 선호하는 안보나 국익 업무 대신 개발원조 업무를 자청해 맡았다.

“외교관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중고교 때 네팔에서 4년을 살았어요. 저는 좋은 환경에 있었지만 문 밖에는 늘 어렵게 지내는 또래들이 있었죠. 현지 또래들과 어울리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히 개발원조라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가 유엔에서 주로 맡았던 일들도 시리아, 네팔, 차드 등의 원조 구호 업무였다. 모두 내전이나 자연재해로 국민들이 최소한의 안전 보장조차 받기 힘든 나라들이다. 시리아가 국제뉴스에 수시로 언급되는 요즘 김 소장은 요르단-레바논-터키 남부 가지안테프 지역을 통해 시리아에 인도지원 물품을 보내는 업무를 담당했던 기억이 수시로 떠오른다. 그는 “서울사무소장 임기를 잘 마친 후에는 다시 긴급구호가 필요한 현장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유니세프 김수현 소장#창의적 공여#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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