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美 하원의원 ‘위안부 지킴이’ 아쉬운 작별… “그대는 영원한 한국의 친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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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美 하원의원, 박수 받으며 16년 의정활동 마감

16년 의정 활동을 마감하는 ‘위안부 지킴이’ 마이크 혼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
16년 의정 활동을 마감하는 ‘위안부 지킴이’ 마이크 혼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
 “당신 같은 지도자들과 함께 중요한 진전을 이뤘고, 당신이 캘리포니아 주와 이 나라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되새기고자 한다.”

 5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본부. 16년 의정 활동을 마감하는 ‘위안부 지킴이’ 민주당 마이크 혼다 연방 하원의원(75) 송별회장에서 같은 당 그레이스 멍 하원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낭독하자 행사장은 순간 숙연해졌다.

 혼다 의원은 아내와 지지자 등 200명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았다. 참석한 동료 의원들의 덕담이 이어졌다. 지난달 대선과 함께 실시된 연방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내년부터 상원의원이 되는 태미 더크워스 하원의원(민주·일리노이)을 비롯한 약 10명의 동료 의원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거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혼다 의원을 칭찬했다. 행사장을 찾은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도 “혼다 의원은 평생 열심히 올바른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혼다 의원은 긴 회상에 잠기며 가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의 옆에는 2007년 미 하원에서 역사적인 ‘위안부 결의’가 채택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혼다 의원은 일본계 미국인이지만 재임 중 일관되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일본과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도 한국을 대변해 온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이다.

 그는 2000년 첫 당선 이래 2014년 선거까지 하원 8선에 성공했다. 올 11월 선거에서 9선 고지를 앞두고 “한반도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관련 활동을 했다고) 내게 화가 많이 나 있다고 한다. 그는 내 성이 혼다(일본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현대(한국 자동차 회사)일 것이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내가 위안부 문제에 앞장선 것은 진정으로 일본을 위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단지 일본계라는 이유만으로 콜로라도 주 강제수용소에서 유년기 4년을 보냈던 그는 정치인이 된 뒤 사회적 약자를 부당하게 대하는 인권 침해를 단호하게 거부해 왔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서도 미국 내 무슬림의 인권과 권리 보호를 꾸준히 옹호해 왔다.

 혼다 의원은 이날 행사장에서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으로 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미국 정부가 더 잘 작동되도록 만들자”면서 “난민이나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등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도록 함께 서는 것이 미국적인 삶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마이크 혼다#위안부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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