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드리안 “용산공원에 한국만의 독특한 자연 담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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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설계 아드리안 회저 대표
달빛 비치는 호수… 눈덮인 소나무 숲…
한국인 마음에 깃든 풍경 선물

아드리안 회저 West8 대표가 서울 용산공원 자리가 내려다보이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원 설계의 청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아드리안 회저 West8 대표가 서울 용산공원 자리가 내려다보이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원 설계의 청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공원은 사람을 미소 짓게 하는 공간입니다. 한국인의 기억 속에 깃든 한반도 산야의 아름다움을 용산공원에서 되살릴 것입니다.”

 조경전문가인 아드리안 회저 웨스트8(West8) 대표(56)는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용산공원의 미래상을 이렇게 소개했다. 네덜란드 태생인 그는 미국 뉴욕의 ‘거버너스 아일랜드’, 스페인 마드리드의 ‘리오’ 등 세계적인 공원을 디자인했다. 2012년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에 당선된 이후로는 한국의 ‘얼굴’이 될 용산공원 설계에 힘을 쏟고 있다.

 회저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자연 풍경에 대해 한국인만이 갖는 ‘환상(illusion)’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문화권에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독특한 풍광이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시민들에게 그런 장소에 온 것과 같은 환상을 주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회저 대표는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자연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고 한국의 시와 그림에 나타난 풍경들을 연구해 얻은 결론이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달빛이 비치는 호수, 눈 덮인 소나무 숲, 야생초가 만발한 계곡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이런 풍경을 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저 대표의 설계팀은 용산의 옛 산세를 되살리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조선시대까지 용산은 한반도의 주된 산줄기(백두대간)와 강줄기(한강)가 만나는 곳이었다.

 실제로 회저 대표가 그린 상상도에서는 공원 남쪽 호수의 양옆으로 크고 작은 동산과 언덕들이 보인다. 이태원과 맞닿은 호수 동쪽 동산은 남산의 산줄기와 연결된다. 호수 서쪽의 미군 병원 자리에도 야트막한 언덕이 생긴다. 호숫가는 큰 바위와 늪, 작은 삼각주 등 다양한 모습으로 꾸며진다.

 회저 대표는 용산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줄곧 ‘외국 땅’이었던 용산의 역사적 의미를 그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현재 용산공원 자리에는 조선 후기부터 미군 점유시기에 걸쳐 세워진 1200여 동의 옛 건축물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 중 1100여 개는 사라진다.

 회저 대표는 ‘용산공원이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외국 유명 공원처럼 꾸며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용산공원엔 유럽식 공원인 센트럴파크와는 다른 한국만의 특성이 담길 거라는 뜻이었다. 그는 “훌륭한 공원은 국가적 자존심의 상징이기에 앞서 시민에게 웃음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센트럴파크를 부러워하는 의견이 많다고 들었지만 용산공원은 그곳과는 전혀 다른, 한국인의 정신성을 투영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호성기자 thousand@donga.com
#용산공원#아드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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