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者 마음속 조사해 ‘자살률 1위’ 원인 찾아낼 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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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문 여는 중앙심리부검센터 김현수 센터장

김현수 센터장은 “인간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자살률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김현수 센터장은 “인간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자살률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지만 개선이 안 됩니다.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에 따른 예방책을 세워야 합니다.”

1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현수 중앙심리부검센터장(49·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는 1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일 개소식을 연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자의 유가족을 심층 면접해 객관적 기준에 따라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이다. 주변인의 진술을 통해 고인의 사망 전 일정 기간의 심리적 행동 양상, 변화 상태를 재구성해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것이다.

센터의 역할은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의 원인을 연구하고 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것. 유가족 면접원을 양성하고 의료기관, 경찰, 전국 정신건강증진센터 등과 연계해 심리부검의 발굴과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담당한다.

김 센터장은 “올해 센터 예산이 9억6000만 원으로 적지만, 제대로 된 자살 연구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출범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센터 인력은 정신과 전문의 2명, 임상심리학자 6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다. 그는 “한 해 적어도 1000건 이상의 심리부검 사례가 있어야 의미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국내 자살자는 1만4427명. 인구 10만 명당 평균 자살률이 29.1명으로, OECD 국가의 평균 자살률 12.1명의 2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심리부검이 시작됐지만, 사례 수집은 미미한 수준이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 말하기 꺼리는 문화 때문에 사례 수집도 쉽지 않다.

그는 “1980년대 핀란드는 자살률이 높아지자 한 해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자살자 1700여 명의 유가족 등을 통해 대대적인 심리부검을 진행했다”며 “이를 통해 우울증이 자살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많은 치료 예산을 투입해 자살률을 낮추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으로 일하며 2013년부터 2년 동안 80여 차례의 심리부검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한국인의 자살 특징에 대해 그는 “우울증이 있어도 의료시설을 이용하지 않거나, 주변에서 이용을 권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주변에서 ‘저 사람이 사는 게 힘든 거지’라고 생각하지,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죽음으로서 메시지를 전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중앙심리부검센터#김현수#자살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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