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가 애니메이션 경력 되살려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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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현장 떠난 ‘경단男’ 곽태정씨, 반년만에 감각 되찾고 전일제로

곽태정 씨(왼쪽)가 지난달 11일 경기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동료 직원과 회의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곽태정 씨(왼쪽)가 지난달 11일 경기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동료 직원과 회의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시간선택제도가 단절된 제 경력을 다시 이어줬습니다.”

곽태정 씨(43)는 ‘경력 단절 남성’이다. 곽 씨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애니메이션을 2006년부터 직접 만들었다. 남북 합작 TV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참여했다. 금강산을 방문해 북한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던 기억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러나 북한 핵 개발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도 차질을 빚었다. 결국 2010년부터는 제작 업무에서 손을 떼고 총무, 기획 업무로 넘어갔다. 이때부터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곽 씨는 한 번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뜻하지 않게 ‘경력 단절 남성’이 됐지만 언젠가는 제작 업무로 돌아가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보다는 두려움이 커졌다. 현장을 너무 오래 떠나 있었고, 제작 감각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과거 곽 씨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류수환 스튜디오반달 대표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해왔다. 몇 년간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진 곽 씨에게 시간선택제는 연착륙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됐다.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하루 6시간(점심시간 제외)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기존 회사의 업무를 정리하거나 자기 계발에 투자했다. 곽 씨는 “기존에 하던 일을 공백 없이 원활하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바로 풀타임으로 일을 했다면 쉽게 포기했을 텐데 단절된 경력의 감각을 서서히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6개월을 일한 뒤 1월부터는 전일제 근무로 전환했다. 시간선택제로 근무하면서 제작 업무에 대한 감각과 역량이 다시 회복됐기 때문이다. 시간선택제와 전일제를 자유롭게 오가며 경력 단절을 해소하고 역량도 키우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이 회사에는 26∼28세 근로자 4명이 시간선택제로 근무하면서 ‘제2의 곽태정’을 꿈꾸고 있다.

곽 씨는 “공부나 육아에 부담을 느끼거나 나처럼 경력이 단절된 사람에게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충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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