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대학통제 가능… 서울대 법인화법은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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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물러나는 이정재 교수협의회장

“서울대 법인화법은 실패한 법이에요. 학교 구성원들이 총장을 탄핵할 수 있게 법인화법 개정을 추진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달 말로 교수협의회장에서 물러나는 이정재 서울대 조경·시스템공학부 교수(사진)가 지난 2년의 임기 동안 있었던 일을 회고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으로는 처음으로 2013년 직선으로 선출됐다.

이 교수는 지난해 총장 선출 때 27년 만의 비상총회 소집을 추진하는 등 학교에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내 왔다. 법인화 이후 첫 선거였던 지난해 총장 선거에서 서울대 이사회는 총장추천위원회가 2순위로 올린 성낙인 현 총장을 최종 후보자로 선출해 논란이 됐다.

“학교가 자율성을 얻으려고 추진한 법인화였는데 외부에서 이사회를 잡으면 서울대를 통제할 수 있게 돼 버렸어요. 다른 국공립대에도 모델이 돼야 하는 서울대 법인화법이 오히려 실패해 버린 거죠.”

법인화가 대학 사회에 큰 선물이자 숙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이 교수는 이사회가 심사 과정을 공개하지도 않고 총장 선거 결과를 뒤집은 것을 안타까운 순간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교수와 교직원이 총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법인화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교수와 교직원, 학생으로 구성된 평의원회가 의결하면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총장 해임을 건의하게 하는 법안은 2013년 발의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평교수로 돌아가는 이 교수는 성 총장에게는 “학교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자리만 지키지 말고 학교를 바꿀 수 있는 리더가 돼 달라는 거죠. 돈 받아서 좋은 건물을 짓는 것 말고도 학생과 사회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취업난에 시달리는데 취업에 맞는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남들 말 잘 들으려고 안정된 회사에 가는 현실이 아쉽죠”라고 답했다. “창업 같은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회사는 망해도 개인은 안 망하게 도와야죠.” 이 교수는 직업인을 만드는 서양의 대학과 지도자를 만드는 동양의 대학 사이에서 우리 대학이 갈 길을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올해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 교수는 퇴임하면서 남은 가장 큰 과제로 ‘방 청소’를 꼽았다. 이 교수는 “(내가 쓰던) 방을 쓰게 될 후임자가 내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홀가분한 얼굴로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정재#교수협의회장#서울대 법인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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