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 70주기… 후쿠오카 형무소에 詩碑건립 추진 니시오카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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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일본인이 윤동주 기려야만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 이뤄져”

윤동주 시인(1917∼1945)의 타계 70주기를 맞아 일본 지식인들이 그가 숨진 일본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 시비(詩碑)를 세우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시비는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뉘우치고 반성하자는 취지로 세워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시비 건립을 주도하는 니시오카 겐지(西岡健治·70·사진) 후쿠오카현립대 명예교수와 3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1945년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 호세이대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한 뒤 1981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연세대에서 한국 고전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숭실대 교수 등을 역임하며 약 10년간 한국 생활을 한 지한파로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왜 시비 건립을 추진하나.


“식민지배의 가해자인 일본인들이 윤동주 시인을 기려야만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이뤄진다. 1943년 독립운동을 한 죄로 체포돼 강제 노역을 하며 비참하게 살다 간 윤 시인은 제국주의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 받았는지를 알려주는 상징적 존재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여러 기념비나 박물관을 만들어 잘못을 반성하는 독일과 달리 일본에는 이런 움직임 자체가 거의 없어 안타깝다.”

―구체적인 건립 일정은….

“윤 시인이 타계한 날인 이달 16일에 시비건립위원회를 발족해 후원금 모금, 홍보 등에 나설 계획이다. 행정 허가를 얻는 일이 쉽지 않아 자세한 일정을 말하기 힘들다. 지금은 미결수 구치소로 바뀐 옛 후쿠오카 형무소 안에 시비를 세우고 싶은데 당국에서 여론 반대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형무소 내 건립이 불가능할 것에 대비해 5, 6개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일본에선 반대 여론이 심하지 않은가.

“최근 한 후쿠오카 지역 언론에 시비 건립 추진 기사를 실었더니 ‘한국 시인의 시비를 한국에 세워야지 왜 일본에 세우느냐’ ‘식민지배는 조작이다’ 같은 항의가 쏟아졌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인종차별이 담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도 있었다.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잘 모른다. 이렇게 반대 여론이 높다는 점이야말로 반드시 시비를 건립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윤동주 시인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대학 때 만난 재일교포 친구가 한국어를 가르쳐줬다. 어머니는 ‘취업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한국어를 왜 배우느냐’며 말리셨지만 개의치 않았다. 한 한국 잡지에서 윤 시인의 시가 담긴 기사를 봤고 곧 빠져들었다. 윤 시인의 시는 처음에는 쉽게 와 닿는 듯하지만 읽고 나면 후두부를 가격하는 듯한 강렬한 여운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서시’의 마지막 구절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한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모든 시가 투명하고 아름답다.”

―한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은데….

“최근에만 나쁜 것이 아니라 항상 좋지 않았다. 한일 정상회담, 한류 바람으로 2000년대 초중반 잠시 좋아진 듯 느껴졌지만 그때도 표면적으로만 그랬을 뿐 일본인들의 깊은 곳에는 항상 반한 정서가 있었다. 최근 혐한 정서가 부쩍 심해진 이유는 열등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은 항상 일본이 아시아의 최고라고 여겼는데 중국이 강대국이 되고 한국도 부상하자 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크다. 과거사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사과가 없는 한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윤동주 시인 70주기#니시오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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