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 이용해 페놀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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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KAIST 교수팀 기술 개발
유전자 조작… 독성에 강한 균주 찾아

국내 연구진이 대장균을 이용해 페놀을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페놀은 원유를 처리해 얻는 석유화학물질로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 강력 접착제인 에폭시, 제초제 제조에 쓰인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팀(사진)은 30일 대장균의 대사작용(생물체가 몸 밖에서 섭취한 영양 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해 생명 활동에 쓰는 물질을 생성하는 작용)을 이용해 페놀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앞으로 석유가 고갈돼도 페놀을 인공적으로 계속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교수팀은 대장균 종류에 따라 유전적, 생리적 차이점이 크다는 사실에 착안해 18종의 대장균 균주에 대한 유전자 조작을 시도했다. 일부 대장균은 포도당을 흡수해 몸속에서 ‘타이로신’이라는 물질을 만든 후 페놀을 생성했다. 이 교수팀은 타이로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유전자 체계를 임의로 조작한 결과 ‘BL21’이라는 대장균 균주가 페놀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BL21은 페놀 독성에 대한 저항성도 가장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팀은 발효공정에서 페놀의 대장균에 대한 독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수 발효공정도 새롭게 개발했다. 대장균을 키우는 배양액 속에 물과 섞이지 않으면서도 페놀과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트리부티린’이라는 효소를 넣어 대장균이 받는 페놀 독성을 최소화했다.

연구진은 이런 공정을 거쳐 포도당 1L당 3.8g의 페놀을 24시간 안에 생산했다.

페놀은 석유화학공정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만 t 이상 생산되는 물질이다. 일상생활에 두루 사용되는 물질이어서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인공생산 기술을 연구했지만 실용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미생물에 대한 페놀 독성이 생산 효율을 낮췄기 때문이다. 포도당 1L를 투입하면 100시간가량 지나 페놀 1g을 얻는 수준이다. 이 교수는 “미생물에 독성이 있는 화합물도 인공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독성에 강한 대장균 균주를 찾아 특수 발효공정을 거치면 다른 석유화학물질의 인공생산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 생명과학 학술지인 ‘바이오테크놀로지’ 1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대장균#페놀#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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