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작가 “박경리 ‘토지’는 문학의 비옥한 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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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로빈슨 박경리문학상 수상소감

26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제3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서 이태동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서강대 명예교수), 정창영 박경리문학상위원회 위원(전 연세대 총장), 수상자인 메릴린 로빈슨,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김지하 시인 내외(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6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제3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서 이태동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서강대 명예교수), 정창영 박경리문학상위원회 위원(전 연세대 총장), 수상자인 메릴린 로빈슨,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김지하 시인 내외(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박경리 선생은 러시아와 유럽의 고전문학 방식을 활용해 한국 고유의 삶과 풍경을 탐구했습니다. 한국인의 삶과 한국 역사가 지닌 독자성을 통해 이 세상을 사는 인간 존재의 오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셨습니다.”

제3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메릴린 로빈슨(70)은 26일 강원 원주시 흥업면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박경리문학상을 받게 된 것도 큰 영광이지만 그의 문학을 접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 선생의 글은 세계문학이 모든 작가들에게 참으로 풍요로운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와 원주시,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박경리문학상은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올해 수상자인 로빈슨은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하우스키핑’ ‘길리아드’ ‘홈’ 등 미국 중서부 지역 초기 개척민의 삶을 형상화한 장편소설을 선보여 왔다.

그는 수상자로 선정된 후 읽었다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한 대목을 떠올리며 “선생의 문학을 통해 달이 흰옷을 입은 미망인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달을 볼 때마다 그것이 밤하늘의 방 사이를 말없이 느리게 걷는 미망인으로, 인간의 슬픔과 존엄이 가득한 존재로 비칠 수도 있음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리 선생은 조국의 심장에 대고 발언하는 것을 자신의 특권이자 기쁨으로 여긴 작가였습니다. 코앞에서 지켜본 듯 생생한 표현으로 인류가 고난과 압제를 견디고 살아남게 만든 용기를 증언하는 작품을 쓴 선생은 좋은 책보다 소중한 것은 드물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에게 일깨워 줍니다.”

이어령 박경리문학상위원회 위원장은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로빈슨 작가와 박경리 선생 모두 가족소설 형태의 연작 소설을 썼다는 점과 토지에 대한 집착과 소외, 대자연과의 싸움, 죄와 구원의 문제를 그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며 “로빈슨 작가의 수상으로 박경리 문학 정신이 세계로 지평을 넓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태동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김경동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이강후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시상식에 앞서 전통악기인 생황과 비파 연주 공연도 열려 시상식의 흥을 돋우었다.

초대 수상자로 ‘광장’의 최인훈을 선정한 박경리문학상은 세계문학상으로 거듭난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여성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를 2회 수상자로 발표했다. 올해 영미권 작가를 대상으로 심사해 수상자를 낸 박경리문학상위원회는 내년부터 지역별 또는 언어권별로 순회하며 수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원주=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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