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에 평화 와야 내 나라 돌아가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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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국감독위 스위스-스웨덴 대표… 6·25 정전협정 60주년 앞두고 인터뷰

판문점 내 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우르스 게르버 스위스 육군 소장(왼쪽)과 안데르스 그렌 스타드 스웨덴 해군 소장. 판문점=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판문점 내 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우르스 게르버 스위스 육군 소장(왼쪽)과 안데르스 그렌 스타드 스웨덴 해군 소장. 판문점=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서구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남북한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 어렵죠. 남북한이 서로 원하는 것에 도달하기 위해선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우르스 게르버 스위스 육군 소장(61)과 안데르스 그렌스타드 스웨덴 해군 소장(56)은 수석대표의 ‘격’ 문제에 따른 남북당국회담의 결렬에 대해 “남북한 관계는 3차원적(tri-dimensional)이다 보니 논리적으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게르버 소장은 “여기 와서 배운 것은 북한에 대해서 예측 가능한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북한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라며 북한의 잦은 태도 변화를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0주년(7월 27일)을 앞두고 12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내에 위치한 중립국감독위원회(NNSC·중감위) 회담장에서 중감위 소속 스위스, 스웨덴 대표인 이들을 만났다. 전날 남북당국회담의 무산 여파인지 판문점은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중감위는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유엔 측이 추천한 스웨덴과 스위스, 그리고 공산 진영에서 추천한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 등 4개의 중립국으로 구성됐다. 북한이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단(1993년)과 폴란드 대표단(1995년)을 차례로 추방한 뒤부터 스웨덴과 스위스 대표단이 실질적으로 중감위를 이끌고 있다.

이들 두 대표는 중감위의 존재 이유에 대해 “세계의 각 국가들에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아직도 유효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과거 중감위는 남북한의 주요 항구에서 빠져나가는 물자 등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으나, 현재는 휴전선을 감시하고 남북한의 소통창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통상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경 회의를 한 뒤 작성한 중감위 보고서를 북한군 우편함에 넣는다. 그러나 북한은 1995년 이후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게 쌓인 우편물은 3개월에 한 번씩 중감위가 다시 수거해 간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개성공단 가동 중단, 남북당국회담 결렬 등 요동치는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그렌스타드 소장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로 국경 상황이 계속 긴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위협에 잘 핸들링(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긴장된 상태에서 소통 채널이 없으면 실수가 생긴다. 그 실수는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는 만큼 대화를 하는 것이 남북이 진전된 관계로 발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간 대화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국제적인 법과 규정을 따라 주변국들에 대화의 창을 열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게르버 소장은 “김정은이 제가 살았던 스위스 도시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들었는데 잘못된 수업을 들은 거 같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진 뒤, “그것(스위스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향후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전체제가 60년 동안 지속될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다면 중감위에 가입을 안 했을 것”이라며 함께 웃었다. 이어 “남북한이 통일이 되거나 진정한 평화협정 체제를 맺어 우리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우리의 역할이 있다면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우르스 게르버#안데르스 그렌스타드#6·25전쟁#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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