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무 교수-이희진 박사 父子 ‘다시 보는 한국사’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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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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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父子도 못한 일 해냈어요”

한국사 통사를 함께 쓴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왼쪽)과 아들 이희진 박사. 두 역사학자는 이번 공동 저술 작업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알게 됐고, 둘만의 사진도 처음 찍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한국사 통사를 함께 쓴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왼쪽)과 아들 이희진 박사. 두 역사학자는 이번 공동 저술 작업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알게 됐고, 둘만의 사진도 처음 찍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사마천은 아버지 유언을 받들어 아버지가 죽은 뒤에야 ‘사기’를 썼어요. 저희처럼 부자(父子)가 함께 통사를 쓴 사례는 거의 없을 겁니다.”(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조선사 연구에 40여 년을 바쳐온 원로 역사학자가 한국 현대사와 고대사를 전공한 소장 역사학자인 아들과 함께 구석기부터 현대까지를 다룬 한국사 통사를 펴냈다. 이성무 원장(76)과 이희진 박사(50) 부자가 함께 쓴 ‘다시 보는 한국사’(청아출판사)다.

이 원장은 국사편찬위원장,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원장을 지내고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로 있다. 이 박사는 현대사로 한중연에서 석사 학위, 고대사(가야사)로 서강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가야 정치사 연구’ ‘의자왕을 고백하다’ ‘6·25 미스터리’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 박사는 이 원장의 2남 1녀 중 첫째다.

“25년 전부터 한국사 통사를 쓰고 싶어 고대사와 현대사 부분을 보완해줄 제자나 동료를 찾았어요.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어영부영하는 사이 나이 칠순을 넘겼지요. 아들에게 뒤늦게 도움을 청했더니 선뜻 나서더라고요.”(이 원장)

“역사학자라면 누구나 통사 저술을 꿈꾸지요. 게다가 그 숙원사업을 아버님과 협력해 이뤄냈으니 의미가 큽니다. 아버님은 제가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공저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저를 선택하신 것이지만요.”(이 박사)

이 원장의 SOS로 아버지는 고려사와 조선사, 아들은 고대사와 근현대사를 주무로 맡아 글을 썼고 토론을 거쳐 서로의 글을 보완했다. 두 학자의 내공이 합쳐지니 책을 1년 만에 뚝딱 펴낼 수 있었다.

두 역사학자는 담담하게 출간 소감을 밝혔지만 부자의 공동 저술 작업은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 전까지 이들은 전형적인 한국의 부자 관계가 그렇듯 서로 무뚝뚝했고 둘이서만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을 정도였다. 이 원장은 인터뷰 내내 아들을 ‘이 친구’라고 무심하게 지칭하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사실 ‘아삭아삭’하게 가깝진 않았어요. 이 친구가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검증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저서들을 읽어보니 글을 곧잘 쓰더라고요.”(이 원장)

“처음에 출판사에서 두 필자가 충돌할까봐 걱정을 했어요. 아버지는 보수적이고 저는 비교적 진보 성향이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아버님의 포용력이 아주 크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버님과 학술적 의견이 달라도 합리적 근거를 대면 모두 수용하시더라고요.”(이 박사)

이 박사는 어릴 적부터 한문 공부를 강요하던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으로 ‘인문학만은 안 하리라’ 다짐하며 고등학생 때 이과를 선택하고 고려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었는지 “운명의 장난처럼 점점 역사학에 관심이 가는 바람에 결국 아버지의 길을 따라 역사학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부자는 27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수피아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성무 교수#이희진 박사#다시 보는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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