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발 “언어가 정신 형성… 말부터 제대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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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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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 허발 고려대 명예교수, 훔볼트 언어학연구 논문집 출간

신간 ‘언어와 정신’을 출간한 허발 고려대 명예교수는 “언어와 정신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신간 ‘언어와 정신’을 출간한 허발 고려대 명예교수는 “언어와 정신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말이 정신을 형성합니다. 말부터 제대로 배워야 올바른 사고를 갖게 됩니다.”

최근 훔볼트 언어학을 집대성한 논문집 ‘언어와 정신’(열린책들)을 출간한 허발 고려대 명예교수(85·독어독문학)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이렇게 강조했다.

빌헬름 폰 훔볼트(1767∼1835)는 일반언어학의 창시자로 언어와 정신의 불가분성을 언어철학적으로 탐구했다. 그의 언어학은 페르디낭 드 소쉬르, 놈 촘스키 등 후배 언어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허 교수는 “훔볼트는 언어의 소리와 모양 등 외형만을 다루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언어와 정신의 상관관계를 조명함으로써 언어의 본질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훔볼트 언어학의 영향으로 한평생 독일 언어학에 천착해 왔다. 당초 서양사를 전공하려 했던 그는 고려대 총장과 문교부 장관을 지낸 이종우 교수의 철학수업을 듣다 언어학에 눈을 떴다.

그는 무엇보다 언어학의 가치가 제대로 조명되고 있지 못한 현실에 큰 아쉬움을 표시했다. “언어학은 오늘날 상아탑에서도 비실용 학문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언어의 특수한 지위가 어디에 있는지, 언어가 왜 다른 전달 수단보다 뛰어난 것인지를 밝히고 싶었습니다.”

허 교수는 최근 학계의 융합 연구 경향을 환영하면서 “철학 논리학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의학 등이 언어학과 접목되면 상당한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2004년 작고한 허웅 전 한글학회 이사장의 10년 터울 동생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말 연구에 전념한 허 전 이사장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그는 유아기 언어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법을 먼저 배운 뒤 말을 배우는 게 아니라 말을 먼저 배운 뒤에 생각하는 법을 배웁니다. 독일 엄마들은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방적 명령어는 아이의 사고력 발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허발#훔볼트 언어학#언어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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