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만 관객 애환 남기고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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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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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장기 공연 학전그린소극장 10일 문닫아

소극장 뮤지컬과 연극의 산실이었던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이 10일 문을 닫는다. 극단 학전(대표 김민기·사진)이 17년 가까이 운영해온 이 극장은 1996년부터 2008년까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장기 공연했으며, 어린이 뮤지컬 ‘모스키토’와 ‘의형제’를 초연한 곳으로 대학로의 역사이자 상징이었다.

학전 측은 4일 “건물주에게서 극장을 매입한 중소기업이 이 자리에 사옥을 건축할 예정”이라면서 “올해 초에 급작스럽게 통보를 받아 당황스러웠다. 현재 시설과 장비를 철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극단은 같은 이름의 극장을 대학로에 다시 여는 것은 경제적 여건 등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996년 5월 학전의 레퍼토리 공연장으로 개관한 학전그린소극장(194석)은 1997년 서른 살의 설경구가 ‘모스키토’에서 1인 13역으로 객석을 휘어잡으며 스타 연극배우로 발돋움한 곳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학전그린과 나란히 놓이는 작품은 ‘지하철 1호선’이다. 독일 극작가 폴커 루트비히 원작의 동명 뮤지컬을 김민기 씨가 한국적 상황에 맞게 번안한 ‘지하철 1호선’은 학전그린에서 13년간 총 3232회 공연해 65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소극장 뮤지컬의 대명사격인 ‘지하철 1호선’의 둥지였던 학전그린 소극장이 10일로 문을 닫는다(왼쪽 사진). ‘지하철 1호선’이 배출한 스타 황정민(오른쪽 사진 앞)과 조승우(오른쪽 모자 쓴 인물)는 2011년 특별공연 때 카메오로 출연해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동아일보DB
소극장 뮤지컬의 대명사격인 ‘지하철 1호선’의 둥지였던 학전그린 소극장이 10일로 문을 닫는다(왼쪽 사진). ‘지하철 1호선’이 배출한 스타 황정민(오른쪽 사진 앞)과 조승우(오른쪽 모자 쓴 인물)는 2011년 특별공연 때 카메오로 출연해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동아일보DB
황정민 김윤석 조승우 안내상 장현성 방은진은 ‘지하철 1호선’이 배출한 스타 배우들이다. 또 서범석 배해선 이영미 최재웅 방진의 김무열 같은 뮤지컬 스타들도 이 작품을 통해 기본기를 다졌다. 학전그린이 ‘배우 사관학교’라고 불린 이유다. 학전 측은 “학전그린 무대를 거쳐 간 배우들이 전화를 걸어와 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고 전했다.

김민기 대표는 그동안 “소극장은 문화를 잉태하는 ‘못자리’다. 가장 친숙한 문화향유 공간을 살려야 한다”며 전통예술, 음악, 무용, 마임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학전그린 무대에 올렸다. 소극장의 특성상 안락한 좌석과 화려한 무대장치는 없었지만 무대에 올린 공연만큼은 알찼고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 극장 무대에 오른 마지막 작품은 3일 막을 내린 창작뮤지컬 ‘빨래’가 됐다. ‘빨래’ 역시 학전그린에서 2009년 7월부터 3년 7개월간 1200회의 장기공연을 펼쳤다. 빨래는 14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로 무대를 옮겨 공연한다.

극단 학전의 본래 보금자리로 1991년에 개관한 학전블루소극장(194석)은 그대로 운영된다. ‘지하철 1호선’의 1994년 초연은 학전블루에서 이뤄졌다. 당시 여주인공 옌볜 처녀 선녀 역은 세계적 재즈가수가 된 나윤선이었다. 극단은 6일 학전그린소극장을 거쳐 간 배우, 스태프들과 고별파티를 연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학전그린소극장#지하철 1호선#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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