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새 총장에 美 UC머시드大 총장 지낸 강성모씨 선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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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철밥통 깨는 강력한 테뉴어 심사 유지”
이사회에 배포한 운영방안서 서남표식 개혁 지속 예고
심사 약화 기대한 교수들 충격

“교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테뉴어(정년 보장)와 승진 심사를 강화하겠다.”

31일 KAIST 이사회에서 서남표 총장의 후임으로 제15대 총장으로 선출된 강성모 전 미국 머시드 캘리포니아대 총장(68·현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교수)은 이사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KAIST 운영방안’을 내놓았다. 교수들의 ‘철밥통 깨기’의 상징인 강력한 테뉴어 심사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테뉴어는 교수의 연구와 강의, 학교 기여도 등을 평가해 우수하면 정년을 보장하고 그렇지 못하면 퇴출시키는 제도. 서 총장의 개혁 조치 가운데 국민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교수 사회의 반발도 심했던 정책이다.

강 총장 내정자는 “테뉴어 심사를 위해 엄격한 절차와 상호심사제도(Peer Review System)를 도입하겠다”며 “상호심사제도는 국내외 저명학자들이 교수를 평가하는 것으로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KAIST가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AIST 일각에선 서 총장이 물러나면 테뉴어 심사가 약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터라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 내정자는 “KAIST가 ‘교수가 주도하는 학생 중심의 연구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자율적인 연구를 강조했다. 그는 “갑작스럽고 급격한 변화는 탈선을 야기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며 개혁의 속도 조절을 약속했다. 이어 “전환의 톱니바퀴(변화와 개혁 상황)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소통’을 강조했다.

강 내정자는 2007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한인 최초의 미국 4년제 대학 총장으로 머시드 캘리포니아대 총장을 지내면서 학생에게 총장실을 개방하고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등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였다.

강 내정자는 KAIST의 머리글자를 이용해 ‘지식 창출(Knowledge Creation)’ ‘모든 분야의 발전(Advancement in all fronts)’ ‘청렴(Integrity)’ ‘지속가능성(Sustainablity)’ ‘신뢰(Trust)’ 등 5가지 가치를 제시했다. 융합 연구와 도덕성 회복, 대학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자체 목표 실현, 국민 신뢰 확보 등을 강조했다. 그는 “KAIST가 최근 (학생 자살 사건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상적인 연구와 학문적 성과들은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 내정자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KAIST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14명(전체 15명)의 과반수인 8표를 얻었다. 임기는 내달 23일부터 4년.

그는 1969년 연세대 전자공학과 4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페어리디킨슨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AT&T 벨연구소 연구원, 일리노이대 교수,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공대 학장 등을 지내며 전자회로 설계 분야 전문가로 활약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KAIST#총장#김성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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