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혁신적 기업가 키우려면 성적 1등보다 도전적인 아이 주목하라”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 콘래드재단 낸시 콘래드 회장 ‘혁신 교육’ 강조

콘래드재단의 낸시 콘래드 회장은 “우주비행사였던 남편의 뜻을 따라 청소년을 ‘차세대 리더’로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콘래드재단의 낸시 콘래드 회장은 “우주비행사였던 남편의 뜻을 따라 청소년을 ‘차세대 리더’로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940년대 미국. 한 소년이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 글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발음도 알아듣기 어려워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는 난독증(難讀症)을 앓고 있었다.

잠시 방황했던 그는 다른 학교에서 새 삶을 얻었다. 명문 프린스턴대에 합격했고 장학금도 받았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한 교사 덕분이었다. 소년은 이후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에 이어 1969년 사상 세 번째로 달에 발자국을 남겼다. 바로 아폴로 12호의 선장이었던 우주비행사 피트 콘래드다.

“난독증 때문에 아예 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우주비행사라는 혁신가는 절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전 인류에도 큰 손해였겠지요.”

콘래드재단의 낸시 콘래드 회장은 9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피트 콘래드의 아내인 그는 줄곧 교육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2008년에는 작고한 남편의 유지(遺志)에 따라 콘래드 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기존 교육의 관점으로 보면 뒤처지지만 조금만 관찰하고 독려하면 뛰어난 업적을 이룰 수 있는 학생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교육 현장의 변화도 그의 관심사다.

“산업혁명 당시 교육의 틀을 지금까지 유지하다 보니 아직도 아이들에게 컨베이어 벨트에서 부품을 끼워 넣는 방식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점수를 잘 받는 학생만 주목받지요. 하지만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이나 부모, 사회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그는 이날도 구글의 국제 콘퍼런스인 ‘빅텐트 서울’에 패널로 나서 혁신적인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인터넷 시대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기업가를 키우려면 어른들의 기준에 맞는 1등보다 그 밖의 아이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요지였다.

콘래드 재단이 매년 진행하는 ‘혁신과 도전 정신’ 콘테스트도 그 일환이다. 이 행사에는 세계 곳곳의 학생들이 참가해 미래의 먹을거리가 될 만한 사업 아이디어를 겨룬다. 인터넷에 빠져 사는 학생도, 미국 뉴욕 슬럼가의 공립학교 학생도, 원주민 거주지의 학생도 참가할 수 있다. 내년 봄 결승이 열리는 콘테스트는 24일까지 안내 홈페이지(www.conradawards.org)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록히드 마틴, 모토로라, 인텔 등 굴지의 기업 임원들은 학생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조언한다. 콘래드 회장은 “이 만남을 통해 나중에 그 기업의 ‘차세대 리더’가 될 학생들도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활발한 창업 분위기에도 관심을 보였다. 도전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날수록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많은 사람이 자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남겨줘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세상을 위해 더 좋은 차세대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낸시 콘래드#콘래드 재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