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4∼6일과 13일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시내 150여 개 시설을 공개하는 ‘오픈하우스 서울’ 행사의 일환이다. 인터넷을 통해 참가 신청을 한 시민 500여 명 가운데 추첨으로 뽑힌 80여 명이 첫날 대사관저를 돌아봤다.
영국대사관저는 1890년 주한 영국공사관저로 건축돼 지금까지 110여 년 동안 관저로 사용돼 왔다. 19세기 말 조선 왕조와 수교를 맺은 후 지은 외국 공사관 내 건물이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처음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는 영국대사관저가 유일하다.
관저 외관은 19세기 빅토리아 양식에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 건축 스타일을 가미했다. 내부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그림 등은 모두 영국에서 가져왔다. 한국에서 구매해 사용하는 물건은 거의 없다. 응접실 너머로는 꽃과 나무, 잔디가 어우러진 영국식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니 홍 주한 영국대사관 선임 공보관은 “외관과 내부 모두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사관저가 위치한 서울 중구청은 이 건물이 우리 문화재로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서울시 유형문화재 지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제니 홍 공보관은 “대사관저의 소유주인 영국 정부가 지정에 응할지를 결정하지만, 현재로선 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문화재 지정은 소유주가 원해야 가능한데, 문화재로 지정되면 수리, 보수 등에 제약이 따른다. 2000년 서울시가 유형문화재 지정을 검토했지만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건물에 대한 조사를 거부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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