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前국회의장 “정치권에 문제 제기하려 역사책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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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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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미래보다 집권 중시해 지역주의-계파주의 지속”
‘술탄과 황제’ 쓴 김형오 前국회의장

“우리 정치권과 문단에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말은 사가(史家)에게는 ‘왜 역사를 쓰는가’와 같은 의미가 아닐까. 최근 비잔틴 제국 최후의 날을 무대로 한 ‘술탄과 황제’를 탈고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 그는 책을 쓴 동기를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교훈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서전이나 에세이를 쓴 정치인은 많지만 본격적인 역사책을, 그것도 국회의장 출신이 쓴 것은 그가 처음이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기자생활을 거쳐 5선 의원(14∼18대)을 지냈다.

그는 4년 전 의장 시절 터키 이스탄불을 처음 방문한 뒤 천년 역사의 콘스탄티노플이 최후를 맞은 1453년 5월 29일을 무대로 글을 쓰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다섯 차례 이 도시를 방문한 뒤 18대 국회가 끝난 올 4월부터 취재와 집필에 들어갔다. 영어, 터키어, 오스만어, 그리스어, 라틴어로 된 수많은 사료를 넘나드느라 시력은 물론이고 몸무게까지 빠진 끝에 6개월여 만인 지난달 말 탈고했다.

책은 두 주인공-오스만튀르크의 술탄 메흐메드 2세와 비잔틴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을 중심으로 기술됐다. 역사를 리더십의 관점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

“메흐메드 2세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강한 인물입니다. 반면 콘스탄티누스 11세는 배려는 깊지만 다소 우유부단한 인물이죠. 전쟁의 결과만 놓고 우월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지도자의 그릇이죠.”

그는 “지도자의 그릇은 역사인식에서 나온다”며 “우리 정치에서 지역주의, 계파주의가 계속되는 것은 지도자들이 국가의 미래보다 ‘집권’을 중요시해 그 뒤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영남 홀대론, 호남 푸대접, 충청도 핫바지 이런 말은 쓰지 않을 겁니다. 집권은 해도 국가와 국민이 겪는 후유증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그는 최근 벌어진 역사인식 문제도 단호하게 평가했다. 김 전 의장은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현실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후세의 평가는 또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5·16은 쿠데타고, 1987년 양김 단일화 실패는 권력욕이 빚은 과오”라며 “지역주의는 양김의 공과를 분명하게 평가하지 않는 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김형오#술탄과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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