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행복 주려한 건데, 우리 모두가 행복해졌구나

  • Array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 오늘 ‘입양의 날’ 홀트아동복지회 가족사진전 빛낸 사연들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홀트아동복지회가 마련한 입양가족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조익제 씨의 작품 ‘벚꽃 즐기는 가족’(위
 사진). 아래는 각각 우수상을 받은 오승주 씨 가족의 ‘기쁘지 아니한가’(오른쪽 사진), 정재호 씨 가족의 ‘세상에서 제일 편한
 베개’(왼쪽 사진).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홀트아동복지회가 마련한 입양가족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조익제 씨의 작품 ‘벚꽃 즐기는 가족’(위 사진). 아래는 각각 우수상을 받은 오승주 씨 가족의 ‘기쁘지 아니한가’(오른쪽 사진), 정재호 씨 가족의 ‘세상에서 제일 편한 베개’(왼쪽 사진).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사랑하는 윤일아, 우리 예쁜 아가가 엄마 아빠에게 온 지도 벌써 5년이 흘렀구나. 너와 맞선을 보던 날은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밝은 햇살이 쫙 내리비쳤다고나 할까. 그날은 엄마 아빠 생애에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지난달 황보연 씨(34·여)는 아들에게 정성스레 편지를 썼다. 이번에 초등학생이 된 아들은 황 씨가 ‘입양으로 낳은’ 아이였다.

황 씨가 아들 윤일 군(7)을 처음 만난 건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남편 김현수 씨(45)와 입양을 결심한 2006년 2월이었다. 그는 “작은 아기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는 아장아장 걸어 오는데 이 아이가 우리 부부의 운명이겠구나 싶었다”며 “그날이 많이 추웠는데 마음이 따뜻해져 추위도 못 느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아들이 유치원을 졸업하면서 찍은 사진과 이 편지를 11일 제7회 입양을 날을 맞아 홀트아동복지회가 진행한 입양가족 사진 동영상 공모전인 ‘아름다운 행복’에 응모해 우수상을 받았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을 통해 탄생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국내 입양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씨앤앰의 후원을 받아 3월 20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콘테스트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제각각 사연을 담은 사진 141점과 동영상 28편이 출품됐다. 10일 20편의 수상작을 발표한 홀트아동복지회는 18일 서울 서초구 비앤빛갤러리에서 시상식을 열고 이달 말까지 수상작을 전시할 계획이다.

이날 사진 부문 대상에는 ‘벚꽃 즐기는 가족’ 사진을 출품한 조익제 씨(54) 가족이 선정됐다. 조 씨는 2003년 애인 양(11)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데 2009년 가족과 함께 연세대 캠퍼스에 놀러가 함께 공중부양을 하면서 찍은 사진으로 대상을 탔다. 매년 아이들이 얼마나 크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가족사진을 즐겨 찍는다는 조 씨는 “내년이면 애인이와 함께한 지 10년이 된다”며 “그동안 애인이가 커 온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면 나중에 추억을 회상할 수 있고 친부모를 만날 때 딸의 성장 과정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더의 성장’으로 우수상을 받는 서진택 씨(43)는 딸 에스더 양(5)의 사진 여러 개를 한 장에 모았다. 한 달에 한 번은 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 서 씨는 딸이 자라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여러 장의 사진을 편집했다. 그는 “처음에는 입양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전문가가 쓴 책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2007년 당시에는 입양 관련 서적이 국내에 딱 한 권밖에 없었다”며 “에스더가 늘 눈에 아른거리는 예쁜 딸로 커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1월에 입양해 이제 태어난 지 8개월이 된 다니엘 군과 아내, 아들과 함께 집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찍은 가족사진으로 우수상을 받은 오승주 씨(41)도 “다니엘을 만나면서 입양이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이루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입양 뒤 우리 가족이 사랑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가한 입양가족들은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권리를 안고 태어났다고 생각해 입양을 결정했는데 결국 더 행복해진 건 우리 모두였다”며 “국내 입양에 대한 관심을 부탁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입양의 날#홀트타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