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킨백의 주인공’ 제인 버킨 “나의 무대는 세계의 구호 현장… 한국영화에 써줄 감독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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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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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내한공연 갖는 佛 제인 버킨 e메일 인터뷰

20일 내한하는 프랑스 문화 아이콘 제인 버킨의 최근 공연 모습. 그는 “딸인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모나코에서 듀엣 공연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씨쓰리엔터테인먼트 제공
20일 내한하는 프랑스 문화 아이콘 제인 버킨의 최근 공연 모습. 그는 “딸인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모나코에서 듀엣 공연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씨쓰리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린 매일 뭔가를 바꿀 수 있다. 친절함(kindness)은 승리할 것이다. 그것은 그 어떤 잔인한 독재도 이겨낼 것이다.”

1970, 80년대 프랑스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64)이 20일 한국을 찾는다. 사회운동가로도 유명한 그를 8년 만의 내한공연에 앞서 e메일로 만났다.

영국 출신인 그는 1968년 프랑스 영화 ‘슬로건’에 캐스팅되며 도버 해협을 건넜다. 상대역이었던 ‘프랑스 팝의 선구자’ 세르주 갱스부르와의 교제로 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두 사람이 부른 노래 ‘주 템 무아 농 플뤼(Je t'aime… moi non plus)’는 관능적인 가사로 BBC 라디오에서 금지곡 판정을 받았지만 세계적인 히트곡이 됐다. 버킨이 부른 영화 ‘클로드 부인’(1977년)의 주제가 ‘예스터데이 예스 어 데이’도 유명하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가죽 핸드백 ‘버킨백’도 그의 이름을 딴 것. 1984년 파리행 비행기에서 버킨 옆에 앉았던 고 장루이 뒤마 에르메스 5대 회장이 버킨의 가방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버킨백은 현재까지도 명품 애호 여성들의 ‘머스트 해브(꼭 갖고 싶은)’ 아이템으로 꼽힌다.

2004년 처음 내한해 공연했던 버킨은 “그간 많이 바빴다”고 했다. 최근 그의 무대는 주로 패션쇼장이 아닌 세계의 ‘현장’들이었다. 그는 “지진이 휩쓴 아이티에서 젖소를 사 난민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먹였고 바닥에서 자며 가난한 이들을 알게 됐다”며 “태국의 미얀마 난민들을 찾아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아이들을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0년간 참여한 아웅산 수치와 정치범 석방 운동이 결실을 본 뒤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일본인 연주자들을 대동하는 이번 내한공연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계기가 됐다. 버킨은 “지난해 4월 일본을 찾은 뒤 파리로 돌아와 일본 적십자사에 수익금을 기부하는 공연을 열었는데 카트린 드뇌브, 샤를 아즈나부르 등 많은 프랑스 예술가가 참여했다”면서 “이를 월드투어로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전의 세르주 갱스부르(왼쪽)와 교제할 당시의 제인 버킨. 씨쓰리엔터테인먼트 제공
생전의 세르주 갱스부르(왼쪽)와 교제할 당시의 제인 버킨. 씨쓰리엔터테인먼트 제공
1991년 작고한 갱스부르에 대해 그는 “기욤 아폴리네르 이후 최고의 프랑스 시인”이라며 “일상에서는 로맨틱하고 도발적이었으며 물고기처럼 술을 마셨다. 그의 여성적인 부분이 나로 하여금 노래하게 했다. 늘 20년 정도 앞서간 인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홍상수 감독 영화에 출연한 이자벨 위페르도 언급했다. “배우로서 존경하는 감독에게 감히 먼저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꺼낸 적이 없지만 한국 영화라면 욕심이 난다. 하지만 나같이 늙은 사람을 홍 감독이 써줄지….”

그는 22일 오후 8시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열리는 공연에 대해 “1960년대 파리를 갱스부르와 함께 걷는 기분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새 앨범 녹음, 연극 출연, 두 번째 영화 연출…”을 열거한 그는 “열악한 환경 속의 환자와 죄수들을 위해, 사형제 폐지를 위해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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