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철학수업, 아이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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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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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외계층 초등생 돕는 삼성사회봉사단 ‘희망네트워크’

지난해 7월 충남 천안시 상록리조트에서 진행된 희망네트워크 여름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희망네트워크 제공
지난해 7월 충남 천안시 상록리조트에서 진행된 희망네트워크 여름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희망네트워크 제공
삼성사회봉사단이 사회적 기업 ‘희망네트워크’를 운영한 지 1년을 맞았다. 희망네트워크는 지난해 3월부터 소외계층 초등학생들에게 무료로 △철학교실 △문화예술교실 △집중 돌봄 △야간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30개 아동센터에서 362명의 아동이 서비스를 받았다. 올해엔 900여 명의 학생이 서비스를 받는다.

희망네트워크는 나름의 운영 원칙이 있다. 서비스 품질을 삼성 수준으로 높이고, 아이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 패키지 형태로 제공한다는 것. 이 때문에 삼성사회봉사단은 이 사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별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도록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교사도 전문인력을 채용했다. 철학교실은 철학박사가, 문화예술교실은 인간문화재 등 전공자가 맡아 진행하는 식이다.

희망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교육도 받지만 학교생활이나 가정생활과 관련해 집중 돌봄 서비스도 받는다. 아이들이 학교에 잘 가는지, 숙제는 잘 하는지를 전문 사회복지사가 일일이 챙겨주는 것이다. 부모님이 야간에 집에 없는 맞벌이 가정 아이들은 오후 9시까지 보호한 뒤 집에 데려다 준다.

독특한 점은 이 프로그램이 국영수 과목이 아닌 철학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최석진 삼성사회봉사단 부장은 “소외계층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자존감도 낮다.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부터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기본 토양을 먼저 가꿔줘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성과도 많았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많은 아이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연지(가명·11) 양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엔 학교에 빠지기 일쑤였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느라 바쁘기 때문이었다. 연지를 돌봐주는 돌봄교사는 매일 연지를 만나며 학교에 가는지 체크했다. 준비물을 잘 챙기는지 도와줬다. 그 덕분에 학교 가는 게 즐거워졌다. 올해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지는 매일 학교와 지역아동센터를 오가며 활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김희철(가명·9) 군은 희망네트워크의 철학교실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공부는 재미없다”고 말했다. 철학교실에서 강의하는 선생님은 세상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며 “네 대답이 최고”라며 격려해줬다. 언제부턴가 희철이는 선생님의 옆자리에 앉아 가장 먼저 대답하고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한다.

인천 서구에 사는 박영식(가명·10) 군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걸핏하면 친구들에게 욕설을 하곤 했다. 화가 나면 참지 못하고 쉽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해 동안 철학수업에 꾸준히 참여했다. 영식이는 수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자주 가졌다. 영식이의 엄마는 “아이가 학교에서 다투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며 “철학수업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네트워크의 목표는 아이들이 자신감 있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이다. 최 부장은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취지로 이 프로그램을 고안했다”며 “소외계층 아이들이 자신만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계속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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