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의 ‘울릉도 진주’ 수능 기적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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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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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혁군, 서울대 ‘기회균형’ 인문학부 합격

전주 상산고에 500여 km 밖 울릉도 출신 학생이 들어갔다. 성적은 입학 기준에 못 미쳤지만 학교는 숨은 진주를 찾아내겠다며 받아들였다.

3년이 지나 학생은 학교에 보답했다. 9일 서울대 수시모집의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으로 인문학부에 최종 합격한 박민혁 군(18·사진)의 이야기다. 박 군은 외딴섬 울릉도에서 공부하면서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실력을 하루 10시간씩 공부하며 끌어올린 노력을 자기소개서에서 밝혀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박 군은 임현섭 교감이 2008년 울릉도까지 찾아가 입학을 결정한 상산고의 ‘입학사정관제 1호’ 학생이다. 박 군의 부모가 전화를 걸어 “입학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아들이 다니던 울릉북중은 3학년이 6명밖에 안 돼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임 교감과 수학교사는 9시간 동안 고속버스와 배를 갈아타며 울릉도에 가서 박 군을 만났다. 수학교사는 중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내용을 1시간 동안 가르치고 테스트를 했다. 미진했지만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임을 감안했을 때 ‘잘 기르면 클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박 군은 상산고에 입학하자마자 치른 진단고사 수학 과목에서 37점을 받았다. 384명 중 꼴찌였다. A∼D반으로 나눠 공부하는 수학의 최하위반에 배정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과목과 교사를 택할 수 있는 학교 특강을 적극 이용했다. 1학년 여름방학에는 ‘400시간 프로젝트’를 세웠다. 40일 동안 하루에 10시간씩 수학 공부하기.

2008년 11월 5일자 A28면.
2008년 11월 5일자 A28면.
성적이 쉽게 오르지는 않았다. 1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꼴찌를 했다. 하지만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리‘나’형과 사회탐구 2과목에서 만점을 받았고, 언어와 외국어 영역에서 1문제씩만 틀렸다.

임 교감은 “이렇게까지 좋은 결과를 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종훈 교사는 “교사들이 감동할 정도로 학교생활을 성실히 했는데, 결실을 거뒀다”고 했다.

박 군은 “서양사학을 전공해 근현대사의 복지제도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방법을 연구하겠다. 이름으로 백성 민(民)에 바꿀 혁(革)자를 쓰는데, 그 뜻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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