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박사 1호 이애란씨 “北전통요리 비법 가르쳐 탈북자 정착 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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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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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에 ‘능라교육원’ 개원… 문화-스피치 등 강좌도 열어

푸짐하게 놓인 북한 순대와 해주 비빔밥, 평양식 지짐이, 개성 약과….

기다란 테이블에 놓인 각종 북한 음식들에서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손님들에게 나눠줄 선물로 준비한 북한식 된장도 쌓여 있었다.

탈북 여성 박사 1호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사진)이 30일 서울 종로구 종로3가동의 한 사무실에서 연 ‘능라전통음식문화평생교육원(능라교육원)’ 개원식은 그가 평소 외쳐온 ‘통일은 밥상에서부터’라는 구호가 실감나는 자리였다. 이날 개원식은 이 원장이 탈북자를 대상으로 요리 분야 취업 교육과 문화 강좌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선 자리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일자리를 얻겠다고 여러 교육과정에 욕심을 내지만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대학에서 조리실습을 할 때 믹서나 티스푼 같은 용어조차 못 알아들어 실습팀에서 왕따가 된 경험도 있고요. 그런 문제점을 보면서 먼저 온 탈북자가 나중에 온 탈북자들을 잘 가르쳐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원장은 “내 전공이 음식인 만큼 음식을 통해 탈북자들의 취업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음식은 남과 북이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알아가는 데 가장 좋은 매개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능라교육원은 북한특선요리과정, 북한연회요리과정 같은 요리강좌는 물론이고 남한생활문화정착, 스피치강좌 등을 포함해 모두 10개의 코스를 운영한다. 2∼6개월짜리 과정을 탈북자들은 무료로, 일반인은 15만∼30만 원에 들을 수 있다. 교육원의 이름인 ‘능라’는 서울의 여의도처럼 평양 대동강 가운데 있는 작은 섬 이름에서 따왔다. 이 원장은 “을밀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경치 좋은 섬”이라고 소개했다.

1997년 탈북한 이 원장은 2009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해 탈북자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인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설립했다. 탈북 여성들의 남한 정착을 위해 활동해온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미국 국무부가 전 세계 여성 지도자들에게 주는 ‘용기 있는 여성상’을 받았다.

이때의 인연 덕분에 마크 토콜라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가 이날 개원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토콜라 부대사는 “미국 정부는 탈북자들에 대한 이 박사의 애정과 노력을 지지하고 이에 함께하고자 한다”며 “이런 교육기관이 앞으로 더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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