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방지, 法도 좋지만 재활훈련 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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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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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인신매매 여성 구출 지원
‘인권운동가’ 코이랄라 씨 방한

“여성 인권이 약한 네팔에서는 아직도 성매매를 거부하면 포주가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칼로 찌르는 비인간적인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인신매매·성매매 여성 구출 및 자활을 위한 민간단체인 ‘마이티 네팔(Maiti Nepal) 재단’ 아누라다 코이랄라 이사장(62·여·사진)은 16일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네팔 여성들의 인신매매 실상을 폭로했다. 코이랄라 이사장은 ‘네팔의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여성 인권 운동가로 1993년 이 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 CNN에서 ‘올해의 영웅’에 선정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코이랄라 이사장이 공개한 네팔 성매매 여성들의 실상을 찍은 사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들은 온몸이 칼로 그어지거나 불로 지져지는 등 처참한 상태였다. 재단에 따르면 현재 네팔-인도 국경을 통해 국경 한 곳당 한 달 평균 150명, 연간 5만 명의 네팔 여성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의 평균 연령은 불과 16세. 코이랄라 이사장은 “이들 중 상당수가 칼에 찔리거나 불에 지져지는 등의 학대를 받으며 성노예가 되고 있다”며 “구출되더라도 에이즈 등 각종 성병, 간염 등 전염병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코이랄라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15세에 시집갔지만 남편이 6개월 된 아이와 함께 인도 사창가에 팔아버린 한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포주는 이 여성의 아이가 배가 고파 울며 보채자 전기로 혀를 지지고 나중에는 성기까지 훼손했다는 것.

마이티재단은 이 같은 비인간적인 행위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직접 국경을 지키며 여성들이 국경을 넘는 목적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구출된 여성들이 다시 성매매를 하지 않으려면 기술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제빵 재봉 채소가꾸기 등의 재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성매매 방지 정책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정부가 성매매 방지 특별법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재활교육 등 법 제정 이후의 정책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법 시행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 그는 “이들이 다시 생계 때문에 성매매로 빠지지 않도록 기술교육 등 재활 훈련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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