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 한글 교재 만들어 야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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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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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지정된 윤의사 농민독본 제1권 한글편 84년만에 발굴
일본어 대신 한글 교육으로 농민-청소년 문맹퇴치 힘써

윤봉길 의사가 야학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책으로 알려진 ‘농민독본 한글편’의 일부. 충남 예산군 윤 의사 사당 내 충의사에서 발견된 이 책에는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 등이 한글로 적혀 있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제공
윤봉길 의사가 야학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책으로 알려진 ‘농민독본 한글편’의 일부. 충남 예산군 윤 의사 사당 내 충의사에서 발견된 이 책에는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 등이 한글로 적혀 있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제공
매헌(梅軒) 윤봉길 의사(1908∼1932·사진)가 야학에서 농민과 청소년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데 사용한 교재가 84년 만에 발견됐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회장 김학준)는 24일 “그동안 소실돼 없어진 줄로만 알고 있던 윤 의사의 저서 ‘농민독본’의 일부를 최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찾아낸 문서는 8쪽으로 윤 의사가 젊은 시절 계몽운동을 위해 쓴 농민독본의 앞부분인 ‘한글편’ 일부다.

농민독본은 윤 의사가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의거를 일으킨 지 79주년이 되는 29일을 얼마 앞두고 공개됐다.

이 문서는 기념사업회가 윤봉길 전집을 편찬하기 위해 윤 의사 저술과 친필 원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충남 예산군 윤 의사 사당 내 충의사에서 발견했다. 기념사업회는 이번에 찾은 한글편을 포함한 농민독본과 윤 의사가 지은 한시 300여 편, 일기, 친필 편지 등을 모아 의거 80주년인 내년 ‘윤봉길 전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이번에 찾은 부분은 자음과 모음을 소개한 ‘소리의 갈래’와 한글 맞춤법을 설명한 ‘조선글 마침법’ 등으로 나뉘어 있다. 또 훈민정음 예의본과 용비어천가의 일부를 한글로 적어 놓기도 했다. ‘소리의 갈래’ 부분에는 ‘ㅋ, ㅌ, ㅍ, ㅊ은 ㄱ, ㄷ, ㅂ, ㅈ에 ㅎ이 섞이었으므로 (발음을)막힌다=마킨다, 좋고=조코, 벋힌다=버틴다, 좋다=조타(라고 한다)’고 쓰여 있는 등 우리말 발음의 원리를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윤 의사의 조카인 윤주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연구위원은 “윤 의사가 직접 한글 교재를 만들어 가르친 사실은 학계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윤 의사 평전을 쓴 고 임정빈 선생은 윤 의사의 야학 제자를 직접 만나 그의 야학 활동을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는 “농민독본 1편이 한글편이라는 점은 윤 의사가 한글을 중요시했다는 것”이라며 “이번 한글편 발굴로 윤 의사가 농촌에서 일본어 대신 한글 교육으로 문맹을 퇴치하려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의사의 유품과 함께 보물 제568호로 지정된 농민독본은 그가 19세 때인 1927년 농민과 청소년을 계몽해 민족의식을 심어주려고 쓴 책이다. 이번에 발견된 교육편 외에 예절과 격언, 인사법 등을 가르치는 ‘계몽편’과 매헌의 사상과 사회의식을 담은 ‘농민편’ 등으로 이뤄져 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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