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동 전투’ 현장서 첫 한미합동 유해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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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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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병 20여명 처음 참가
자유수호 고귀한 희생 체험

주한 미군 501여단 소속 장병들이 14일 경북 칠곡군 작오산과 유학산 일대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주한 미군 501여단 소속 장병들이 14일 경북 칠곡군 작오산과 유학산 일대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주한미군 병사들이 산등성이에서 총 대신 삽과 곡괭이를 들고 구슬땀을 흘렸다.

경북 왜관읍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501여단 소속 장병 20여 명이 13일부터 경북 칠곡군의 작오산과 유학산 일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벌이고 있는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에 동참했다. 미군 장병들이 한국군의 전사자 유해발굴에 동참한 것은 처음이다. 14일에는 계명대 사학과 재학생 40여 명도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작오산과 유학산은 6·25전쟁 당시 미군 1기병사단과 국군 1사단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다부동 전투’ 현장이다. 1950년 8월에는 작오산에 배치된 미군 중박격포 중대 1개 소대 전원이 북한군 포로가 되어 이 중 46명이 전화 줄로 묶인 채 집단 총살당하기도 했다. 이런 사연을 전해들은 미군들은 발굴 작업 중에 간간이 나오는 M1 소총 탄피를 들고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에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벤저민 리스 소령은 “60년 전 이곳에서 자유수호를 위해 숨져간 수많은 한미 장병의 고귀한 희생의 의미를 직접 느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부대원이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공군 조종사로 참전했던 외할아버지께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美, 살신성인 6·25전사자 2명에 최고 훈장 ▼

오바마 대통령 내달 2일 수여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9월 1일. 17보병연대 7대대 소속의 기관총 부대 미군 앤서니 카호오하노하노 일병은 갑작스러운 적의 공습이 있자 대원들을 일단 피하게 한 뒤 홀로 남아 기관총을 무차별 발사했다. 주변에 있던 수류탄과 탄약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후퇴하는 아군을 방어하기 위해 혼자 적군에 맞섰다. 탄약이 다 떨어지자 카호오하노하노 일병은 육박전으로 적군과 맞서다 결국 숨졌다. 카호오하노하노 일병의 용맹스러움에 고무된 미군들은 이후 적군을 역습해 완전히 물리칠 수 있었다.

1952년 6월 12일 헨리 스벨라 일병은 32보병연대 7대대 소속의 소총수였다. 적군의 총탄이 빗발쳐 아군의 공격이 주춤해지자 앞으로 뛰쳐나가 적군에게 총격을 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자신의 안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에 나선 스벨라 일병은 적진의 전열을 흩트리고 많은 피해를 입혔다. 그는 적군의 수류탄이 동료 옆에 떨어지자 주저 없이 자신의 몸으로 수류탄을 덮쳤다. 수류탄이 터지면서 스벨라 일병은 전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카호오하노하노 일병과 스벨라 일병에게 다음 달 2일 백악관에서 ‘명예의 훈장(Medal of Honor)’을 추서한다. 이들은 60년 전 전사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직접 유족들에게 명예의 훈장을 수여한다.

명예의 훈장은 미국 군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무공훈장. 1861년 미 의회가 이를 승인한 후 지금까지 3400여 명이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4명에게만 이 훈장을 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영웅적인 행동을 한 살바토레 긴터 하사(26)에게 지난해 훈장을 수여했고, 2006년 아프간전에서 전사한 재럿 몬티 하사와 2008년 아프간전에서 전사한 로버트 밀러 하사에게 사후 명예의 훈장을 추서했다. 1968년 베트남전에서 사망한 리처드 에치버그 씨에게도 추서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병사에게 명예의 훈장을 추서한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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