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 제자들에 ‘죽어도 못보내’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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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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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명 25일 졸업식서 축가, 개교이래 처음 하는 공연
아이돌 그룹 2AM 노래로 아쉬운 마음 표현하기로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음대 콘서트홀에서 서울대 교수들이 25일 졸업식에서 선보일 합창을 연습하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음대 콘서트홀에서 서울대 교수들이 25일 졸업식에서 선보일 합창을 연습하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죽어도 못 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

서울대 교수들이 졸업식에서 제자들을 위한 특별 공연을 선보인다. 25일 열리는 학교 졸업식에서 교수 35명이 축가를 부르기로 한 것. 서울대 교수들의 졸업식 공연은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교수들은 토요일인 12일에도 연습 장소인 교내 음대 콘서트홀에서 연습 삼매경에 빠졌다. 곡목은 인기 아이돌 그룹 2AM의 히트곡 ‘죽어도 못 보내’와 캣 스티븐스가 부른 ‘Morning has broken(아침이 밝아올 때)’. 곡 선정에만 3일이 걸렸다.

노희명 응용생물화학부 교수는 “사랑하는 학생들을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노래이다. 노래 뒤에는 ‘죽어도 못 보내는 마음 이해해줄래’라는 구절을 임의로 덧붙였다”고 말했다.

이날은 합창단이 구성된 뒤 세 번째 연습이 있는 날.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교수들은 김영률 음대 교수의 지휘에 맞춰 2시간 넘게 연습에 매달렸다. 이정재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곡을 300번 넘게 들었다”며 “집에서 아침 먹을 때도 듣고, 자기 전에도 들었더니 아내가 시끄럽다고 핀잔까지 줬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악보는 주의해야 할 대목을 표시해 놓느라 온통 시커멓게 돼 있었다. 교수들은 오고가는 차 안에서도, 이어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연이어 합창곡을 들으며 따라 불렀다.

서울대에는 교수 합창단이 따로 없다. 전·현직 학생처장, 각 단과대 학생부학장이 주축이 돼 임시 합창단을 꾸렸고 취지에 공감해 성희롱·성폭력상담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은경 교수, 입학본부 김경범 교수, 백롱민 의대 교수 등이 동참했다.

이정재 교수는 “내가 졸업하던 1973년에는 대통령이 와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며 “그때만 해도 대학 졸업식이 스승과 제자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특별한 자리였는데 요즘은 다소 변질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새 중고등학교에 알몸 졸업식 등 폭력적인 졸업식이 퍼져 경찰까지 동원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공부하느라 고생한 학생들에게 졸업을 축하하는 마음에서 준비한 합창이 작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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