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업으로 가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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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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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교수 새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국내 발간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낸 장하준 교수는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도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책에선 모든 것을 비판적으로, 다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부키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낸 장하준 교수는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도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책에선 모든 것을 비판적으로, 다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부키
“한국의 경제 정책 가운데 걱정되는 건 제조업을 버리고 금융업으로 가려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이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면서 모델로 삼았던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 같은 나라는 모두 망했다. 리먼브러더스를 산업은행이 샀다면 우리도 망했다. 잘못된 방향은 국민이 말려야 한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경계해야 할 일로 ‘금융업으로 쏠리는 분위기’를 꼽았다.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국내 번역 출판을 기념해 연 간담회에서 장 교수는 시장주의 경제학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주의 경제학과 이를 앞세워 다른 나라에 설교하던 미국 영국 등이 신뢰를 많이 잃었다”면서 “아직 큰 변화가 없지만 미국이 금융 개혁을 강화하고 경제학계에서 나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세진 데서 보듯 조금씩 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책에서 복지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밝힌 그는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별적 복지는 돈 많은 사람에게서 돈을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주는 형태이며, 그 돈을 받은 사람은 하층민으로 낙인찍히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모든 사람이 고르게 누리는 보편적 복지가 바람직하다는 것.

복지와 관련해 장 교수는 미소금융 문제를 연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미소금융의 취지는 좋은데 외국 사례를 볼 때 빌려준 돈의 상당액이 투자가 아닌 소비로 지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크로아티아의 한 낙농가에선 미소금융을 통해 돈을 빌린 농부들이 모두 젖소를 추가로 사는 바람에 우윳값이 폭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장 교수는 “돈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관련 제도를 만들고 기술을 지원하는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9월 영국, 10월 독일에서 발간됐고 네덜란드 일본 러시아 태국 루마니아에서도 곧 나올 예정이다. 장 교수는 “경제학이 어려운 게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 최대한 쉽게 풀어 썼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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