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생생물 집대성 ‘한국 생물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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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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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4년간 준비
1037종 수록… “3만종이 목표”

임문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총괄과장(가운데)과 직원들이 4년여 동안 노력한 끝에 19일 국내 최초로 발간한 한국생물지를 들고 그동안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사진 제공 국립생물자원관
임문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총괄과장(가운데)과 직원들이 4년여 동안 노력한 끝에 19일 국내 최초로 발간한 한국생물지를 들고 그동안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사진 제공 국립생물자원관
“팔만대장경의 첫 판을 찍어낸 셈이죠.” 임문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총괄과장은 19일 국내 최초로 자생 생물의 분류, 생태, 분포, 유용성 정보 등을 종합 집대성한 ‘한국생물지(The Flora and Fauna of Korea)’를 발간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의미도 크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다는 뜻. 4년 전부터 총인원 40여 명의 생물 전문가가 참여한 이 사업은 궁극적으로 국내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3만여 종의 생물 기록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것은 이 중 1037종. 단순 산술로도 앞으로 몇십 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방대한 사업이다. 이번에 수록된 생물 중에는 한반도에 서식하면서 황금박쥐로 알려진 ‘오렌지윗수염박쥐’(붉은박쥐)를 포함한 척추동물 익수목(박쥐목) 22종, 생분해효소 등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민주름버섯목 58종 등 보존 및 산업 활용도가 높은 생물자원들이 우선적으로 포함됐다.

임 과장은 “미국 1864년부터, 일본 1963년부터 등 세계 각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생물자원의 보존과 관리를 위해 자국 생물의 특성을 집대성한 종합 생물지를 발간해 왔다”며 “한국은 일부 특정 생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학회지나 단행본을 내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한국생물지 발간이 생물 보전 및 관리는 물론 생물 주권 확보에 근거를 마련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생생물이 자연 보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 임 과장은 “외국 제약회사가 우리 자생식물을 원료로 의약품을 만들었을 경우 국제생물협약에 따라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해당 식물이 국내 자생식물이라는 근거를 보여줄 수 있는 한국생물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야 할 일은 방대한데 관련 문헌이나 기록, 표본이 적고 비인기 학과라는 특성 때문에 생물학 관련 전문가가 적어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며 “기초학문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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