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한 할아버지 권유로 참여 그의 피와 땀 서린 곳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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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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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학생 막심 주봉테씨

‘유엔 참전국 청소년 캠프’와 ‘평화통일대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온 알렉사르 슈벨리, 막심 주봉테, 밀렌 루소한 씨(왼쪽부터). 6·25전쟁에 참전했던 프랑스인 알베르주봉테 씨의 손자 손녀들이다. 박영대 기자
‘유엔 참전국 청소년 캠프’와 ‘평화통일대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온 알렉사르 슈벨리, 막심 주봉테, 밀렌 루소한 씨(왼쪽부터). 6·25전쟁에 참전했던 프랑스인 알베르주봉테 씨의 손자 손녀들이다. 박영대 기자
“전투가 끝난 뒤 참호 앞에 수많은 적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30m 전방의 기관총 주변에 시체가 산을 이뤘다. 화약과 시체 냄새가 지독했던 그날 밤, 우리 분대원도 11명 가운데 3명만이 살아남았다.”

프랑스의 대학생 막심 주봉테 씨(18)는 58년 전인 1952년 11월 할아버지 알베르 주봉테 씨(80)가 38선 부근에서 겪은 6·25전쟁의 참화를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철이 들 무렵부터 자신의 전쟁 경험담을 자주 들려줬다. 주봉테 씨는 평화통일대행진 진행팀에 낸 자기소개서에서 할아버지의 전쟁 기억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외사촌인 대학생 밀렌 루소한 씨(25·여), 알렉사르 슈벨리 군(17)과 함께 이번 행진에 참여해 강원 고성에서 경기 파주 판문점에 이르는 동부코스를 답사한다. 60년 전 할아버지의 피와 땀이 서린 곳이다.

세 사람은 20일부터 25일까지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유엔 참전국 청소년 캠프’에도 참여하고 있다. 17개국 참전용사 후손들과 함께 유엔묘지 참배와 평화세미나 참석, 봉산탈춤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주봉테 씨는 2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할아버지가 한국을 위해 싸웠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할아버지의 권유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루소한 씨는 “할아버지가 60년 전 봤던 한국은 황폐한 전쟁터가 전부였던 것 같다”며 “전쟁의 상처를 딛고 발전한 한국의 현재를 경험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행진 기간에 함께 참가하는 한국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해외 참전국 후손들과 함께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며 우애를 다질 예정이다. 이번 행진에 참여한 외국인 50여 명은 대부분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조승범 인턴기자 미국 미주리대 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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