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울린 스킨십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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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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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이주 고려인들이 1938년 세운 학교… 2년째 찾아
함께 뛰고 웃고… 몸짓 의사소통… 소중한 2주일 보내

■ 한성대, 현지 학교서 봉사

한성대 해외봉사단원들은 현지 학생들과 의 친밀한 스킨십을 통해 애정을 쌓아갔다. 봉사단원인 송송이 씨(22·인테리어과 3학년)가 체육 수업 시간에 어린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예스킬디=송진흡 기자 jinhub@donga.com
한성대 해외봉사단원들은 현지 학생들과 의 친밀한 스킨십을 통해 애정을 쌓아갔다. 봉사단원인 송송이 씨(22·인테리어과 3학년)가 체육 수업 시간에 어린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예스킬디=송진흡 기자 jinhub@donga.com
“선생님, 스파르시바(감사합니다). 좀 더 있으면 안 되나요….”

6일 오후 6시(현지 시간) 카자흐스탄 카라탈 주 예스킬디 마을에 있는 제르진스키 학교 강당. 지난달 25일부터 현지에서 여름학교 봉사활동을 펼친 한성대 학생 20명이 마련한 ‘한국의 날’ 공연이 끝나자 강당은 울음바다가 됐다.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2주간의 봉사활동 기간이 공식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직감한 한성대 학생교사들과 현지 학생들이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 고려인과 생사고락(生死苦樂)을 같이한 학교

한성대가 제르진스키 학교에 2년 연속 해외봉사단을 파견한 것은 이 학교가 갖고 있는 역사적 배경 때문. 이 학교는 1937년 블라디보스토크나 하바롭스크 등 옛 소련 원동(遠東)지방에서 중앙아시아인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한국계)들이 정착 1년 만인 1938년에 세웠다. 작가 아나톨리 김 등 고려인 유명 인사들을 다수 배출했다.

한성대 해외봉사단장인 김용주 교수(50·패션디자인 전공)는 “중앙아시아로 쫓겨 온 고려인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학교라서 해외봉사지로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중고교 과정(1∼11학년)이 있는 이 학교에는 현재 233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이 가운데 고려인 학생은 53명. 나머지는 카자흐스탄계, 러시아계, 우크라이나계, 체첸계, 독일계, 쿠르드계 등으로 일종의 다문화학교인 셈. 이 학교 오라즈 바예코바 팔렌지나 교장(54·여)은 “예전에는 고려인 학교였지만 고려인들이 알마티 등 대도시로 많이 나가면서 요즘에는 다른 민족 출신 학생들이 더 많이 재학 중”이라고 말했다.

○ 한류와 스킨십 봉사가 주효

5일 오전 9시 반 제르진스키 학교 정문 앞. 한성대 봉사단원들이 설치한 앰프에서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부르는 ‘지(Gee)’가 울려 퍼지자 현지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봉사단원인 김미정 씨(21·역사문화학부 2학년)는 “현지 학생들이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노래를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하는 등 한국 문화에 친숙해 의외로 빨리 친해졌다”고 말했다.

봉사단원들의 ‘스킨십 봉사’도 거리를 좁히는 데 일조했다. 단원들은 카자흐스탄에서 공용어로 쓰이는 러시아어를 거의 몰랐지만 아이들과 운동하고, 그림을 같이 그리는 등 ‘스킨십’ 교육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섞어 가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한성대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 때 해외봉사 활동 경력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번 봉사활동에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창훈 씨(25·한성대 산업경영공학과 3학년)는 “해맑은 카자흐스탄 아이들을 보면서 기업에 취업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인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졸업 후 월드비전 등 봉사단체에 들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주택 한성대 총장은 “학생들이 해외봉사를 통해 배우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며 “해외봉사 대상 국가와 학교를 매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스킬디(카자흐스탄)=송진흡 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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