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들으며 삶의 의미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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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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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 사업실패 → 도박 → 자살시도 → 노숙인… ‘파란만장’ 안승갑 씨
‘거리의 남자…’ 수필집 펴내

“행복이 어디서 온 것인지,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서울시가 노숙인들의 재활 의지를 북돋아 주기 위해 마련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지난달 졸업한 한 노숙인이 수필집 ‘거리의 남자, 인문학을 만나다’를 펴냈다. 현재 노숙인 전문재활센터인 서울시립 비전트레이닝센터에 살면서 공공근로를 하고 있는 안승갑 씨(51·사진)가 그 주인공.

대전이 고향인 안 씨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충북 보은군의 부잣집에 입양돼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물려받을 땅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 대학도 원광대 원예학과에 입학했다. 중학생 때 만난 첫사랑과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누구보다 행복한 날을 보내던 그는 연이은 사업 실패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했다.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면 하소연을 늘어놓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장인이 마련해준 창업자금까지 도박으로 날린 1999년.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서울에서 노숙을 시작한다.

“목을 매어 죽어야 하나, 한강에 빠져 죽어야 하나.” 언제부턴가 그는 죽음을 생각했다. 수면제를 먹었지만 죽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는 “다행이구나 싶기도 했지만 또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앞날이 막막하기만 했다”고 회상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부터는 노숙인 상담소와 쉼터를 옮겨 다니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 쉼터 사람들의 상담도 큰 힘이 됐다. 그가 최근 정착한 곳은 서울시립 비전트레이닝센터. 이곳에서 듣게 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은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그는 책에서 “인문학을 통해 내게 있는 장점과 살아야 할 이유를 하나씩 찾게 됐다”며 “무조건 세상을 불신하고, 많이 가진 자들을 미워했는데 이제는 그 생각이 오히려 내 발목을 붙잡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공공근로를 하며 받는 50만 원 중 30만 원을 저축한다는 그의 꿈은 부인을 다시 만나는 것. ‘이제 빈 항아리마다 물을 가득 채울 겁니다.’ 안 씨는 수필집 마지막 부분에 실은 자작시 ‘마중물’에서 그의 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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