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참전용사 제대로 돕는 보훈정책 아쉬워”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7분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이 2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향군회관 내 사무실에서 6·25전쟁 58주년 인터뷰를 하며 최근의 대북 안보 상황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재향군인회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이 2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향군회관 내 사무실에서 6·25전쟁 58주년 인터뷰를 하며 최근의 대북 안보 상황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재향군인회
“쇠고기 사태를 빌미로 우리 사회와 안보를 흔들려는 세력들의 실체를 국민이 직시하고 심판해야 합니다.”

박세직(75·육사 12기) 재향군인회장은 6·25전쟁 58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본보 인터뷰에서 “최근의 촛불집회와 시위가 정치 이념적으로 변질된 ‘왜곡된 민심’임을 국민이 깨닫기 시작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부 정치권과 지식층까지 여기에 휘말려 반정부 반미 분위기를 선동하는 것은 국가 위기를 자초하는 행위”라며 “향군은 안보전문가 단체로서 이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참전용사이자 예비역 단체의 수장으로 6·25전쟁 58주년을 맞는 소감은….

“향군회장으로 30만 명의 6·25 참전용사가 제대로 대우를 못 받아 안타깝다. 월 8만 원의 참전수당은 손자 과자값 주기에도 부족하다. 나는 당시 학도병으로 지원해 소총 한 자루를 들고 낙동강 전투에 참전했다. 간혹 전사한 학도병들의 편지가 공개될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갈수록 호국보훈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4월 호주 방문 때 현지 순국장병 추모식에 수천 명의 시민이 추모기도회에 참석한 뒤 참전용사들과 시가행진을 하는 모습을 봤다. 호주 5%, 독일 3%, 미국 2.5%에 비해 우리의 보훈예산은 전체 예산의 1.7%에 그친다. 일회성이 아닌, 참전용사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보훈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이 타결됐지만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최대한 사후조치를 했는데도 정권 퇴진과 반미 감정을 내세운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집회에 나온 시민 중에는 ‘왜곡된 선동’에 마음이 상해 참가한 경우도 있다고 본다. 특히 자기와 견해가 다르다고 특정 신문에 대한 광고 불매를 선동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허무는 행위다.”

―촛불집회가 변질돼 정치 이념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어떻게 보나.

“이미 밝혀진 대로 반정부 반미 시위를 주도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한국진보연대’라는 반미 친북 세력이 총지휘를 하고 있다. 진보연대 산하의 ‘6·15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 등이 대정부 투쟁을 계획해 촛불집회를 도구로 악용하는 것이다. 반제민전을 비롯한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 조직은 ‘쇠고기 수입 반대 투쟁은 이명박 정권 타도를 위한 첫 투쟁’이라며 부추기고 있다. 좌파정권 10년간 세를 넓힌 세력과 이를 지원하는 북한 대남적화 전략의 실체를 국민이 경계해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한미동맹은 ‘불평등하고 굴욕적인 동맹’으로 폄훼됐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에 동조한 세력들이 한미동맹을 이간하려는 술책이었다. 미국은 6·25전쟁 때 많은 희생을 감수한 우방이다. 주변국 중 영토 야심 없이 자유인권을 존중하는 나라가 미국 외에 있나.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과 동맹을 맺었기에 반세기 넘게 한반도에서 전쟁이 억제될 수 있었다.”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합의가 변경되거나 늦춰질 수 있을까.

“전시작전권 전환은 북한의 군사적 모험을 부추기고 한미연합사를 해체시켜 유사시 미 증원 전력 규모도 대폭 축소시킬 것이다. 국방예산 증액 등 경제 부담도 크다. 북한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전환을 늦추는 게 양국 이익에 부합된다는 논리로 미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

―10년간 우리 사회의 대북 안보관의 변화를 어떻게 보나.

“대북 경각심이 ‘무장해제’ 수준에 이르렀다. 많은 청소년이 미국을 ‘주적’으로 여긴다는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좌파정권이 ‘역사 거꾸로 세우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고 왜곡된 안보관을 심어준 결과다. 최근 청소년들이 촛불집회에서 반미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경찰에 욕설을 서슴지 않은 것도 전교조 등이 왜곡된 역사관 안보관을 주입시킨 결과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견지해야 할 대북정책의 원칙은….

“김정일 정권의 핵무장과 인권 탄압 등 ‘나쁜 행동’에 대해선 비판하고 규탄해야 한다. 필요하면 ‘채찍’도 들어야 한다. 대화를 위해 모든 걸 눈감아주는 우(愚)를 더는 범해선 안 된다.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과 평화 공세를 경계하고 통일은 자유민주체제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향군이 친미적이고 극우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6·25전쟁 때 미군 전사자는 3만7000명에 이르고 미군 장성 아들 142명이 참전해 35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 많은 향군회원도 그들과 함께 목숨 바쳐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을 지켰다. 안보는 한번 실패하면 재기 불능이므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내 가족과 나라를 지키는 길이 ‘친미적’이고 ‘보수’라면 백번 그 길을 택하겠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거나 미사일 발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흔들고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로 한미관계를 이간해 북핵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다. NLL을 무력화해 유사시 수도권 기습을 용이하게 하고, 내부에 긴장을 조성해 인민을 통제하려는 속셈도 있다. 군 당국은 결코 북의 의도를 간과해선 안 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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