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넘어 음악의 길 열어준 연인 같은 악기, 만돌린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1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에서 한일합동연주회를 여는 분당 만돌린오케스트라. 성남=전승훈  기자
1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에서 한일합동연주회를 여는 분당 만돌린오케스트라. 성남=전승훈 기자
“집에서 플루트를 배운 딸과 함께 만돌린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너무도 좋아하면서 열렬한 후원자가 됐어요.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만돌린 그만둘 거야’ 하면 남편이 항복을 하고 말죠. 그 나이에 당신을 그렇게 멋진 드레스를 입혀서 무대에 세워줄 수 있는 것은 만돌린밖에 없으니 내가 다 양보하겠다고요.”(한창희·43)

12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1동사무소 문화센터. 40∼60대 주부 60명이 아기를 안은 듯 앙증맞은 만돌린을 무릎에 올려놓고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연주하고 있었다. 수십 대의 만돌린 합주는 풍경소리처럼 영롱하면서도 때로는 대포소리처럼 강렬하게 울려 퍼졌다.

1999년 결성된 분당 만돌린오케스트라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만돌린 전문연주단체. 아마추어 단체이지만 연간 20여 회 크고 작은 연주회를 열 정도로 프로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 주부가 대부분이지만 군데군데 중년 남성들도 눈에 띈다.

“베트남전에 참가했을 때 달빛 아래서 육사출신 장교가 만돌린을 연주하곤 했어요. 청명한 만돌린 음색에 고향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귀국해서 만돌린을 배울 만한 곳을 찾아 헤맸는데 없었어요. 늦었지만 이제라도 배우게 돼 기쁩니다.”(조동업·59·한세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17세기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만돌린은 중세유럽 귀족부인들이 즐겨 연주하던 악기. 바이올린과 지판이 똑같지만 활이 아닌 피크로 연주하기 때문에 6개월만 연습하면 연주가 가능할 정도로 배우기가 쉽다. 올해 초 전국 11개 아마추어 단체가 모여 ‘만돌린 페스티벌’을 연 것을 계기로 만돌린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단장 조옥련(49) 씨는 “일본에 가서 ‘도라지 타령’을 연주할 때 재일교포들이 많이 울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병원이나 노인정에서 가요를 연주해 관객들에게 기쁨을 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60세에 만돌린을 처음 배운 최영옥(64·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씨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게 만돌린을 배운 것”이라고 말한다. 최 씨는 “제 목표가 100곡을 악보 없이 연주하는 건데 현재 40곡을 외웠다”며 “아파트 단지 정원에 나가서 혼자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연주하고 있으면 산책하던 사람들도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14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한일합작 콘서트 ‘100인이 함께하는 만돌린 판타지’를 연다.

일본의 ‘엘레강스’ 클럽이 함께 연주하며, 세계적인 만돌린 솔리스트인 이노우에(井上) 씨가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독주를 선보인다.

또 지휘자인 이석기 씨가 작곡한 ‘탄천의 가을’과 ‘아리랑 변주곡’도 연주한다. 관람료 1만 원. 031-783-80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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