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땐 더 힘들어요”… 소아당뇨 앓는 새미의 명절 나기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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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당뇨를 앓는 아홉 살 새미는 제 몸에 인슐린 주사를 꽂는 데 익숙하다. 다섯 살 이후로 부모를 보지 못한 새미는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다. 김동욱 기자
소아당뇨를 앓는 아홉 살 새미는 제 몸에 인슐린 주사를 꽂는 데 익숙하다. 다섯 살 이후로 부모를 보지 못한 새미는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다. 김동욱 기자
추석이면 체중이 불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재국이(가명·12)와 새미(가명·9) 남매에겐 추석은 배를 주리는 날이다. 학교에 가는 날이면 급식이라도 나오지만 추석엔 그렇지도 못하다.

“특별히 할일도 없어요. 매년 그랬던 것처럼 TV나 보고 집에 있어야죠.”

“추석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새미는 머뭇거리기만 했다. 할머니(70)가 주방으로 나가자 입안에 맴돌던 말을 쏟아낸다.

“김치만 먹다 보니 가끔 햄버거도 먹고 싶어요. 이런 얘기하면 할머니한테 혼나요. 우리가 햄버거 먹을 5000원이 어디 있느냐고….”

새미는 저녁 식사를 마치자 안방으로 쪼르르 들어갔다.

새미는 화장대 앞에 쌓여 있는 바구니 안에 손을 넣더니 바늘을 꺼냈다. 익숙한 솜씨로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쟀다.

매일 3번씩 찌르다 보니 열 손가락을 돌아가며 찌른다.

고사리 같은 조그마한 새미의 오른손 둘째와 셋째 손가락에는 아침과 점심 때 찌른 상처가 남아 있었다. 선천성 소아당뇨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새미는 혈당 측정을 한 뒤 수치를 수첩에 적었다.

“나중에 의사가 될래요.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공짜로 치료해 주고 돈 많은 사람에겐 많이 받을래요.”

할머니는 어느새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인슐린 주사를 가져와 새미 앞에 놓았다.

할머니는 새미가 스스로 팔뚝에다 주사를 놓자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눈에 익숙할 만도 한데 그게 안 된다.

“매번 내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아 볼 수가 없어요.”

새미의 부모님은 새미가 다섯 살 때 이혼하고 남매를 남겨둔 채 집을 나갔다. 그 뒤 할머니가 이들을 키우고 있다.

1년에 한 번 정도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온다. 하지만 남매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어떤 얘기도 꺼내지 않는다. 전화 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남매는 TV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려버린다.

그러고 나서 새미는 할머니에게 와서 뺨을 비비며 “우린 할머니밖에 없어.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말한다.

새미네는 매달 37만 원 정도의 정부지원금을 받는다. 이 중 인슐린 주사비와 병원비로 27만 원이 나간다.

할머니가 두 달 전 당뇨병과 고혈압이 심해져 식당일을 그만둔 뒤에는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

새미 남매에게 도움을 주실 분들은 전화(02-544-9544)나 인터넷(www.kfhi.or.kr)을 이용하면 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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