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익 “문예기금 운영 경제논리로 따질순 없어”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문예진흥기금의 운용은 투자적 소비로 이해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미래에 나타날 보이지 않는 성과를 위해 지금 ‘해야만 하는’ 소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죠.”

김병익(金炳翼·67·문학과지성사 고문·사진) 초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화예술위원회 운영의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11일 위원 11인 호선에 의해 유일한 상임직인 위원장에 선출됐다.

29일 공식 출범할 문화예술위는 지금까지 문예진흥기금을 밑천으로 문화예술계에 재정적 지원사업을 해 온 문예진흥원을 대체할 민간기구. 내년 운용 기금만 1100여억 원으로 추산된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획예산처가 정부 산하단체 18개 기금 운용을 평가한 결과 문예진흥기금이 경영부문에서 꼴찌를 했다는 사실을 위원장이 되고서야 알았다”면서 “그렇다 해도 투자 실적을 따지는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문예진흥기금의 배분이 ‘코드에 따라 이뤄졌다’는 잦은 지적에 대해 “공정성처럼 측정하기 어려운 지표는 없다”며 “조금만 지원해도 힘을 받을 수 있는 자생력 있는 부문은 작게, 약한 부문은 많이 지원하는 것이 공정성이 아니겠는가”라고 지원원칙을 밝혔다.

백발을 날리는 현역 문학평론가이자 기자(동아일보) 출신으로 한국 문화계의 변화를 지켜보고 또 그 주체가 되어온 김 위원장은 “1970, 80년대가 민중문화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시민이 문화의 주체가 되는 시대”라고 자신의 현실인식을 밝혔다.

“시대는 그에 맞는 예술을 필요로 하고 예술은 그에 맞는 자유를 필요로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위원회가 민간기구로 탄생한 것은 시대적 요청이죠. 지원을 제대로 안 한다며 정부 비판만 했던 몫이 우리 문화예술인에게 돌아왔으니 그 짐이 큽니다.”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