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의대 이기업 교수, 체내식욕억제물질 첫 발견

  • 입력 2004년 6월 1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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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억제 메커니즘을 새로 밝혀낸 울산대 의대 이기업 교수(오른쪽)와 김민선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연구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 교수팀은 ‘알파리포산’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줄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비만 억제 메커니즘을 새로 밝혀낸 울산대 의대 이기업 교수(오른쪽)와 김민선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연구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 교수팀은 ‘알파리포산’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줄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사실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비만 억제 효과가 탁월한 물질을 찾았거든요.”

체내(體內) 물질인 ‘알파리포산’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줄인다는 사실과 함께 이 물질의 비만 억제 메커니즘까지 밝혀낸 울산대 의대 이기업(李起業·49) 교수는 애써 자신의 연구 성과를 ‘운’에 돌리면서 겸손해했다.▶본보 14일자 A1면 참조

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알파리포산의 비만 억제 효과에 처음 주목한 것은 1999년. 당뇨병 모델 쥐를 대상으로 10여가지 물질을 테스트하다가 알파리포산을 투여하자 쥐가 예상과 달리 살이 빠지고 먹이를 적게 먹는 것이 아닌가.

“직감적으로 뭔가 있다고 느꼈죠. 그래서 5년간 그 비밀을 푸는 데 매달렸습니다.”

알파리포산의 비만 억제 메커니즘을 파헤치는 데는 같은 대학 동료인 김민선 교수의 역할이 컸다. 김 교수는 식욕조절 중추가 있는 뇌 시상(視床)하부에 대한 전문가. 연구팀은 알파리포산의 식욕억제 효과가 시상하부에서 나오는 물질과 관련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교수팀의 비만 연구는 2001년부터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사업으로 지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1년에 2억5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던 것. 하지만 지난해에는 연구의 중간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 ‘중도 탈락’이라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연구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라 1년쯤 더 하면 좋은 성과가 나올 거라고 과기부를 설득했죠.”

연구 논문을 세계적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에 보내고 나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논문에 대한 두 번의 수정 요구가 있었다. 쥐의 뇌에 약물을 투입하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과정도 거치고 나서야 이 교수팀의 ‘국산’ 논문은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세계 최고 권위의 기초의학전문지에 실릴 수 있었다.

이 교수는 요즘 한창 연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지만 20년간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에서 매주 4회씩 환자를 돌보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의사는 돈을 보고 갖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은 말리고 싶어요.” 그는 지금도 경기 하남에서 7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 교수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새로운 의약 연구에 더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생명공학기술(BT)을 찾고 이를 미래 산업으로 키우려면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죠.”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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