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건길 중앙박물관장 19일 퇴임

  • 입력 2003년 3월 1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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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진작부터 용산에 가 있었지요. 그 때문에 직원들에게 일일이 신경 못 써 준 것이 가장 미안합니다.”

19일 퇴임하는 지건길(池健吉·60·사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요즘 서가의 손때묻은 책을 정리하며 지난 35년간의 공직 세월을 추스르고 있다. 이른바 ‘개방형 관장’의 첫 케이스인 지 관장은 2000년 공개 경쟁을 통해 중앙박물관장을 맡았다. 이번 관장부터 차관급 임명제로 바뀌어 처음이자 마지막 개방형 관장인 셈.

지 관장은 “임기 중 가장 신경 쓰인 일이 뭐냐”고 묻자 곧바로 용산 박물관을 화제로 꺼냈다.

“용산 박물관 건설은 4000억원이 들어가는 큰 공사인 데다 한국의 문화 수준을 세계에 과시하는 사업입니다. 2005년 개관을 앞두고 중간에서 그럭저럭 역할을 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실제로 용산 박물관은 잦은 설계 변경, 미군 헬기장 이전 등으로 무척이나 지 관장의 속을 썩였다.

전시 기획도 큰 문제였다. 처음에는 구석기부터 조선시대까지 ‘통사적’으로 전시를 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경우 소장 유물이 부족한 시대의 역사를 꾸미는 데는 모조품을 전시해야 하기 때문에 ‘주제별 유물 전시’로 바꿨다. 지 관장은 “공청회를 통해 전시 계획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자들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조율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임기 3년간 적어도 일주일에 3, 4일은 용산 박물관 건설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신경 쓴 만큼 박물관 개관에 한몫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서울대 고고학과를 졸업하고 육군 중위로 제대한 지 관장은 1968년 문화재관리국 조사연구실 학예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뎠다. 34세 때인 1977년 부여박물관장에 임명되면서 ‘박물관 인생’을 시작했고 무령왕릉, 천마총, 다호리 등 굵직굵직한 발굴에도 참여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공부를 좀 해 보렵니다. 아무래도 젊을 때부터 기관장을 맡다 보니 고고학도로서 ‘학문’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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