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고교생 박동희군 '피상피크' 도전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23분



“저는요, 마음의 눈으로 히말라야를 볼 겁니다. 그래서 히밀라야 전체를 이 가슴에 담아 오겠습니다.”

10일 오후 충북 충주시 가금면 가흥리 중앙중 가금분교에 설치된 높이 8m의 인공암벽 훈련장. 지도교사의 지시에 따라 홀드를 찾느라 더듬거리는 학생의 숨소리가 거칠다. 구슬땀을 흘리며 정상을 터치하고 내려오는 데 걸린 시간은 2분여. 수직암벽을 오르내리는 속도로는 수준급이다.

“잘했어. 실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체력만 보강하면 이번 등반은 문제없을 거야.”

이 학교 김영식(金英植) 체육교사의 칭찬에 학생은 기분이 좋아져 연방 싱글벙글한다. 그는 선천성 1급 시각장애인으로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박동희(朴洞熙·충주성모학교 고등부 1학년)군.

그가 벌이고 있는 맹훈련은 올 겨울 네팔 히말라야 피상피크(해발 6091m) 등반을 겨냥한 기초훈련이다. 피상피크는 7분 능선부터 깎아지른 설벽과 암벽이 계속되기 때문에 실수가 곧 추락사고로 연결되는 위험천만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박군은 김 교사가 원정대장인 ‘히말라야로 가는 꿈나무 원정대’의 일원으로 피상피크 정상에 도전한다. 원정대에는 세계적인 산악인인 엄홍길씨(43)를 포함해 10명의 중고교생이 참여하고 있다. 12월15일 출국해 한 달간 피상피크를 공략할 계획이다.

“히말라야에 한 번 올라가 보겠느냐는 선생님의 권유에 머뭇거림 없이 즉시 지원했어요. 정상에 오른다 해도 광활한 모습을 볼 수는 없겠지만 꼭 도전하고 싶어요.”

아버지 박주희(朴柱熙·41·기계부품업)씨도 흔쾌히 동의했다. 3남 중 장남이지만 장애를 갖고 태어난 박군을 보다 강하게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 겨울 히말라야 피상피크 등정에 도전하는 박동희군(사진 아래)이 인공암벽 등반 훈련을 하고 있다.

충주〓장기우기자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만 해도 박군은 사물의 형체를 조금은 알아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하지만 감각은 예민하게 살아났다. 그는 소리만으로 공을 쳐야 하는 맹야구, 맹탁구 시합 등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이고 있다.

박군이 재학중인 성모학교는 가톨릭재단이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이 학교 이성철(李性哲) 교사는 “박군이 워낙 밝은 성격이라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며 “자신보다 더 힘든 처지에 있는 중복장애 친구들을 늘 도와 ‘도우미’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박군은 “히말라야에 간다고 하자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다”고 덧붙였다.

“히말라야로 가는 비행기를 하루빨리 탔으면 좋겠어요. 마음으로 보는 눈부신 설산(雪山)은 더욱 아름다울 거예요.”

▼피상피크란?▼

해발 6091m의 이 봉은 네팔 히말라야 마낭지역에 칼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는 피라미드 모양의 산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 빙하로 둘러싸여 정상 공략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 60∼80도 경사의 설벽과 최고 초속 60m의 강풍이 몰아쳐 사고도 잦은 곳이다. 1955년 독일의 베렌 캄프가 가장 먼저 올랐다.

충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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