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의장 1년임기 마친 한승수씨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48분


한승수(韓昇洙·사진) 유엔총회 의장이 9일(한국시간 10일) 1년 임기를 마치고 후임자인 얀 카반 전 체코 외교부장관에게 역할을 넘긴다. 의장직은 유엔 189개국을 5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마다 번갈아 돌아가면서 맡는다. 4일 뉴욕의 유엔본부 건물 2층 의장실에서 한 의장을 만났다.

-1년전 의장 취임이 세계무역센터(WTC) 테러로 연기됐지요.

“9월11일 오후 3시에 의장에 취임키로 돼 있었는데 오전에 테러가 발생했지요. 유엔본부 건물도 테러 대상이라는 말에 모두 지하실로 대피했습니다. 다음날 의장에 선임되자마자 만장일치로 ‘테러 규탄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했습니다.”

그의 첫 작품이기도 한 ‘테러 규탄 결의안’은 산고(産苦)가 심했다. 지역별로 발언권이 센 몇몇 나라 대표를 불러 ‘세계가 평화를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면서 결의안 채택 얘기를 꺼낸 것이 12일 오전 11시였다. 아랍권이 반대했다. 미국 대표는 ‘강한 내용’을 요구했다. 반기문(潘基文·전 외교부 차관) 의장 비서실장 등이 초안을 다듬었다.흩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 끝에 오후 2시 최종안이 마련됐다. 유엔은 이처럼 비공식회의가 중요하다. 막후교섭 막후절충에서 승부가 난다. 한 의장은 첫날부터 유엔 총회의 생리를 진하게 경험했다.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한국인이 218명이라는데 한국인이 국제무대에서 할 일이 많습니까.

“더 진출해야 합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눈을 세계로 돌려 여행도 하고, 말뿐 아니라 생각도 국제화해야 합니다. 외국어를 두 개 이상 하는 게 좋습니다.”

그는 “동티모르에 파견됐다 귀임한 세르지우 비에이라 데 멜로 신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 인사차 들러 ‘동티모르에 평화유지군(PKF)으로 나와 있는 한국군이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고 말해주어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유엔 대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 느낌은 어땠습니까.

“노르웨이 국민의 환영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추운 날 오슬로 시청 밖에서 어린이 3000여명이 박수로 환영하더군요. 아이들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자라는 겁니다. 롤(역할) 모델을 보면서 평화를 생각하겠죠. 분쟁지역에서 중재 역할을 맡는 외교관 중에 노르웨이 출신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봐요.”

-각국 정치지도자들 가운데 인상적인 사람은….

“1년간 15개국을 순방했는데 세네갈의 와드 대통령이 기억에 남습니다. ‘디지털 디바이드’(정보화의 차이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교수 출신 80대 대통령이 집무실에 디지털 빌리지 모형을 만들어놓고 정보화에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더군요.”

-유엔의 개혁에 관한 요구도 많은데요.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부권 등 여러 분야에서 개혁이 진행되고 있지만 성과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유엔이 분쟁 수습뿐만 아니라 비용이 적게 드는 분쟁예방에 더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교수, 상공부장관, 주미대사, 대통령비서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외교통상부장관 등을 거쳤고 유엔 무대에서 다시 국회의원으로 돌아가는 한 의장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라크 공격에 앞서 유엔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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