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사람]'일본해'표기 삭제 이끌어낸 김 신교수

  • 입력 2002년 8월 16일 19시 21분


“동해 이름을 찾아 달라는 초등학생들의 편지에 이제 희망이 생겼다는 답장을 할 수 있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국제수로기구(IHO)가 한국과 일본간에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동해 지역에 대해 명칭 표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5일 경희대 김신(金新·53·국제경영학부·사진) 교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25년 전부터 동해 표기 문제에 매달려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 온 김 교수. 그는 2월 국내 대학교수 177명의 서명을 받아 논란이 되는 영토에 대해서는 병기(倂記)를 원칙으로 한다는 1974년 IHO의 결의를 준수해 달라는 서한과 함께 동해가 병기된 일본 내 저명한 지도전문출판사의 지도를 IHO 사무국에 전달했다.

“나라의 위상과 영토 문제 등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동해 표기는 지도상 표기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비행기 기내 지도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던 김 교수는 79년경 국제회의차 포르투갈의 코인부라 대학을 방문하게 됐다. 600년 역사를 지닌 이 대학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지도 한 장. 1615년 만들어진 그 지도엔 동해 위치에 ‘Mar Coria(한국해)’라고 쓰여 있었다.

이를 본 김 교수는 일본해 표기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이때부터 지도 수집에 나섰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옛 지도는 100여점. 외국에 나갈 때마다 유명 대학이나 고서점을 찾아다니며 옛 지도를 구하는 것이 버릇이 돼 버렸다. 실증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동해 표기가 가능해진다는 생각에 고가의 옛 지도를 사면서도 돈 아까운 줄 몰랐다.

“1440년경 몽골을 방문한 이탈리아 수도사가 쓴 ‘몽골 견문기’의 세계 지도에 ‘동해’ 표기가 처음으로 나옵니다. 지도를 수집하면서 역사적으로도 이 바다는 동해라는 걸 확신하게 됐지요.”

결정이 나는 연말까지 동해가 병기될 수 있도록 각종 자료를 제시하는 등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김 교수는 “그러나 동해와 일본해 병기는 중간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로 둘러싸인 북해 역시 명칭을 두고 각국간에 논란이 됐지만 1919년 ‘North Sea’로 확정된 것처럼 동해 역시 최종적으로는 단독 표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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