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老將은 살아있다"… 재기발판 마련노력 추측

  • 입력 2000년 2월 12일 20시 07분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는 사라졌지만 ‘일벌레’ 김우중은 여전하다.”

대우주력사 지분을 내놓고 회장직을 떠난 김우중씨가 해외에서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대우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12일 “김전회장이 지난 연말부터 유럽 미국 베트남 등을 돌며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전회장이 심장질환으로 유럽 현지에서 칩거중이라는 지난 연말 대우 구조조정본부의 설명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김전회장의 ‘행동반경’이 대우가 대주주로 있거나 사업상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해외 현지금융기관에 집중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사업기반을 다져 재기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전회장은 출국전 자동차서적을 탐독하며 자동차 경영권 사수의지를 과시했었다. 최근엔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디지털 혁명에 착안, 열성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김전회장의 적극적인 행보 탓인지 최근 대우 주력사 임원 인사에서 과거 김전회장의 측근 상당수가 ‘살아남은’ 것과 관련해 ‘채권단이 의도적으로 김전회장과 대우 주력사와의 연결고리를 남겨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우 뉴욕 현지법인장으로 김전회장의 수족같이 일하던 이모전무가 최근 인사에서 자동차판매 미국책임자로 눌러 앉게 된 것에 대해서도 회사 안팎에서는 채권은행단이 김전회장의 재기를 묵인 내지 배려하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밖에 과거 대우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내에서 실세로 불렸던 인사들이 ㈜대우나 대우자동차의 임원진에 포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김전회장이 출국하기 직전까지 그를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이모이사, 이모과장 등도 각각 ㈜대우 미주법인 자동차 스페인 현지법인으로 전출돼 근무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최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직접 구조조정과 임원인사를 챙기고 있다.

대우 내에는 “채권단이 과도기적으로 대우 출신들을 활용해 회사를 컨트롤하는 것일 뿐”이라는 분석과 “그 때문에 구조조정이 더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엇갈리는 상황.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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