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 한글교사모임 「든손」]외국노동자에 우리말사랑심기

  • 입력 1998년 10월 8일 19시 04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 ‘한글 교실’.

1년 가까이 우리말 가르치기를 계속해온 한국외국어대 한국어교육학과 한글교사 모임인 ‘든손’회원들이 맞는 9일 한글날의 의미는 더 새롭다.

든손은 ‘일을 처음 시작하는 손’을 뜻하는 순우리말. 든손은 97년 11월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이 대학 대학원 지하 강의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글교실’을 열고 있다.

경기 부천시 외국인 노동자상담소에서 소개받은 미얀마 노동자 25명을 가르친 것이 첫 수업이었다. 지금까지 여기서 배운 학생들은 미얀마 몽골 이란 등 외국인 노동자 60여명. 불법 체류자가 많아 신분불안에 의사소통마저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들에게 든손은 구원자나 다름없었다.

요즘도 20여명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가르치는 회원도 초창기 3명에서 13명으로 늘었다. 학생중에는 그들 나라에서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교수와 고교 교장도 지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도 있다고.

“폭행 임금체불 등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한국어를 잘 몰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접하면서 도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는 나쁜사람만 있는 것으로 알고 돌아가면 국가적으로도 손해잖아요.”

김민수(金玟秀·24·한교과3년)회장의 얘기다.

김회장은 “60, 70년대 간호사 광원 등 한국에서 대규모로 인력을 수입해간 서독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6개월 동안 무료 독일어 연수부터 시켜줬다”고 말한다.

든손 회원들의 활동은 단순한 한글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 학생들을 경복궁에 데려가 한국의 역사를 알려주고 은율탈춤 태껸 남사당놀이 등 전통문화 공연도 함께 보러간다.

회원들은 10월 말까지는 국내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한국어교재 초급 중급 등 2권을 만들 계획이다. 지금까지 출판된 교재는 학교생활, 호텔방예약, 렌터카 빌리기 등이 주된 내용이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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