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김석원회장 『보릿고개라고 「종자」팔아선 안될말』

  • 입력 1998년 5월 13일 19시 28분


김석원(金錫元)쌍용회장이 경영일선 복귀(2월)이후 3개월만에 처음으로 사원들을 상대로 말문을 열었다.

김회장은 13일 쌍용양회 창업 36주년을 맞아 가진 부장급 40여명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3년만에 경영에 복귀한 소감과 평소의 경영철학을 담담하게 피력했다. 특히 그는 이날 현재의 경영난에 대해 신랄하게 자아비판해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먼저 그는 94년 정계에 입문하면서 쌍용을 떠났던 것과 관련, “한사람이 20년간 경영하다보면 기업이나 경영인에게 새로운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돼 떠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업이래 우리는 가장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며 “그동안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딘지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고 지금 다시 돌아왔다”고 말해 경영난 타개의지를 천명.

김회장은 복귀이후 구조조정과 관련, 독특한 ‘종자론’을 내세워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종자론은 이렇다.

“보릿고개 시절에도 농부들은 반드시 종자만은 남겨뒀다. 지금 배가 고프다고 해서 모두 팔아치운다면 앞으로 무엇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그러나 12일 발표한 쌍용의 구조조정계획은 이같은 종자론이 무색할 정도. 쌍용이 종자(쌍용양회 쌍용정유)의 일부(지분 부동산 사업장 등)도 매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그는 원만한 대인관계로 ‘재계의 메신저’(재계의 전령)로 통한다. 93년 선경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인수와 제2이동통신(신세기통신)사업자 선정 등 그룹간 껄끄러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서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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