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투자가 경제위기 불렀다』…서울대 정운찬교수 주장

  • 입력 1997년 12월 20일 20시 03분


『현재의 경제위기는 재벌의 과잉투자에서 비롯됐으며 현 정부는 가장 친(親)재벌적인 정부였다』 중견경제학자인 서울대 정운찬(鄭雲燦)교수가 19일 서울대 사회과학대 부설 국제문제연구소 주최 강연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교수 학생 등 2백여명이 참석한 이날 강연에서 정교수는 현정부의 정책운용에 대해 『노태우(盧泰愚)정권 말기에 잠깐 시도됐다 사라진 업종전문화정책은 재벌의 과잉투자를 막는 긍정적 시도였으나 재벌의 반대로 무산됐다』면서 『현 정권이야말로 가장 친재벌적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들은 규모 늘리기나 과잉투자를 일삼았으나 정부가 이를 조장해 오늘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면서 『따라서 현정권의 경제부총리 경제수석 통산부장관 등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교수는 『11월 시작된 외환위기는 근본적으로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 대기업의 과잉투자를 시장교란요인으로 받아들이면서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홍콩 투자가들 사이에 「지난 봄 외국계 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할 때는 한국정부와 전경련 등이 견제하더니 얼마뒤 한국기업이 외국기업을 인수합병하려할 때는 묵인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한국과는 거래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것. 결국 홍콩 투자가를 중심으로 외국자본들이 빠져나가면서 한국내에서 외화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외환위기가 촉발됐다는 것이 정교수의 분석. 이밖에 한국경제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실물경제에서의 과잉투자 △은행의 부실채권 증가 △종합금융사들이 단기부채를 안고 장기자산에 투자한 것 등이 주요인이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위기극복 대책으로 그는 재벌의 과잉투자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결합재무제표를 의무화해 재벌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며 상호지급보증 및 상호출자를 제한하거나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 그는 『독일이나 일본식 시장경제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2차대전후 일본처럼 우리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합동위원회를 만들어 자동차는 2곳 정도, 석유화학도 2∼3곳 정도로 통폐합하는 것이 좋다는 게 개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하에서 우리경제는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비용없는 개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제하려는 의지, 즉 잘 살려는 의지』라며 『한국경제가 각고의 노력으로 자생적 성장기반을 갖춘다면 2∼3년내에 일련의 경제수치들이 회복될 것이란 희망을 갖자』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YS(김영삼대통령)는 경제를 너무 몰라서 탈이었다면 DJ(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그의 책에 나타나 있는 것으로 볼 때 경제를 너무 잘 알아 독선할 것 같아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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